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원 확보’를 위해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에 보다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한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명 FIU법이라 불리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은 당초 지난해 8월 이 원내대표 등이 발의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 계류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야당도 FIU 정보에 대한 접근 확대가 일정부분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이달 임시국회에서 전격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국세청의 오랜 숙원도 풀리게 된다. 국세청은 그동안 세수확대와 탈세차단을 위해 FIU의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권 확보를 요구해왔으나 FIU를 지휘하는 금융위원회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FIU가 취급하는 정보는 자금세탁 혐의가 있는 2000만원 이상 원화거래(수신·대출·보증·보험 등) 또는 미화 1만달러 이상 외환거래 등이다.

국세청은 이들 정보를 열람할 수 있을 경우 5조원 안팎의 세수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FIU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그 자체로 탈세 시도를 막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며 “실제 세수 증대는 10조원을 웃돌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개정안을 발의한 가장 큰 이유는 FIU에 축적되는 방대한 금융거래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 2007년 FIU에 접수된 자금세탁혐의거래보고(STR) 건수는 5만2474건에서 2009년 13만6282건으로 급증했고 2011년엔 32만9463건으로 늘었다. 4년 새 6배로 불어났지만 국세청은 극히 일부분만 들여다볼 수 있다. 2011년 국세청에 제공된 정보는 전체 STR의 2.2%인 7498건에 불과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5만원권 발행 이후 고액의 현금거래가 차명계좌와 결합하면서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매출누락, 변칙 상속·증여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FIU 정보를 활용하면 이런 음성적 거래를 모두 잡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기준으로 세금체납자, 고액자산가들의 금융거래 규모만 4조원에 달했는데 대부분이 탈세목적의 거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2010년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경제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26.8%로, 미국(8.6%)은 물론 일본(11.0%), 독일(16.0%), 영국(12.5%)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세청장을 지냈던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은 “가뜩이나 국세청이 권력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방대한 정보를 확보할 경우 국민들이 불안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세청에 FIU 정보를 주면 지하경제가 양성화된다고 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며 “그런 정보를 통해 알 수 있을 정도면 이미 지하경제가 아니며 STR 대부분은 지하경제와 상관없는 금융정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금융정보에는 불가피하게 개인의 비밀스런 정보가 담길 수밖에 없는데 국세청이 이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회사로부터 마약 밀수 사기 등 범죄와 연계된 자금세탁, 불법적인 해외도피 등의 혐의가 있는 금융거래정보를 수집·분석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금융위원회 소속 기관. 2001년 설립됐다.

임원기/이태훈/허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