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령화는 1970~19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단카이(團塊) 세대’의 퇴장과 함께 이뤄졌다. 한국의 고령화가 1955~1963년생으로 구성된 ‘베이비 부머’의 은퇴와 동시에 진행되는 것과 같다. 단카이 세대의 고령화는 소비 감소와 기업 경쟁력 약화, 세대 갈등 등을 일으켜 일본의 장기불황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카이 세대는 1947~19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를 가리킨다. 2000년대 초·중반 막강한 부(富)와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단카이 세대가 은퇴하면 ‘실버 시장’이 폭발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불황으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단카이 세대가 지갑을 닫으면서 실버 시장은 꽃망울도 터뜨리지 못했다. 또 일본 경제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해온 단카이 세대가 일시에 정년퇴직하면서 기업들엔 숙련인력 부족이란 불똥이 튀었다. 이는 일본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단카이 세대와 젊은층 간 세대 갈등도 문제였다. 경기불황 장기화로 청년 실업난이 가중되자 정년을 보장 받은 단카이 세대는 젊은이들의 ‘비난 대상’이 됐다. 2010년 일본 장년층의 사회 부적응을 다룬 다카이 나오유키(高井尙之)의 책 ‘단카이 몬스터’에서 단카이 세대는 ‘착각에 빠져 사는 정년퇴직자’ ‘시키기만 하는 관리직’ ‘쓸 수 없는 베테랑’ 등 부정적으로 표현됐다. 작가 다카이 씨는 “고도성장이라는 배부른 잔치를 즐긴 단카이 세대가 음식 구경조차 못한 청년 세대에게 이젠 설거지까지 시키고 있다”며 분노한다.

일본에서 노인들에 대한 분노는 연금 갈등으로도 이어졌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 세대들은 2000년대 후반 이후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노인과 젊은이 간의 불공정과 불평등을 풀지 못할 것”이라며 정치세력화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직후 일부 젊은이들이 노년층에 대한 각종 사회복지 혜택 축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한국판 ‘단카이 세대 이지메(집단 괴롭힘)’의 시작인지 모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