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경기 불황이 올 들어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침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자금난에 빠진 중소기업과 건설업체들은 연쇄 도산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다가는 한국도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경제 부흥을 국정 운영의 중심 축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신문은 신년 기획으로 한국 경제의 일본식 장기 불황 가능성을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대학교수(11명), 경제연구소 연구원(21명), 은행·증권사 이코노미스트(15명), 기업인(13명) 등 경제전문가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한국 경제가 앞으로 일본식 장기 불황에 직면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전문가들의 63.3%는 ‘높다’, 6.7%는 ‘매우 높다’고 응답했다.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우리 경제의 일본식 장기 불황 진입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이다. ‘가능성이 낮다’는 대답은 26.7%, ‘매우 낮다’는 3.3%에 그쳤다.

한국이 장기 불황에 빠지는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25.6%의 전문가가 ‘이미 장기 불황 국면에 진입했다’고 대답했다. ‘1~2년 내’라는 응답은 16.3%, ‘3~4년 내’는 27.9%를 기록했다. ‘5년 뒤’라는 응답은 30.2%였다. 5년 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던 것은 2016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장기 불황에 빠진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는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대답이 30.9%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인구 고령화’가 22.2%, ‘부동산 시장 침체’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각각 16.0%, ‘가계부채 문제’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가 각각 7.4% 순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장기 불황을 피하기 위한 과제’로는 ‘잠재성장률 회복’을 지적한 전문가가 36.4%로 가장 많았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