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재정절벽(fiscal cliff)’ 차단법(미국 납세자 보호법)에 2일(현지시간) 서명했다. 법은 부자증세와 중산층의 세금 감면 혜택 영구화, 정부 지출 자동 삭감 2개월 유예 등을 담고 있다. 이로써 대규모 세금 인상과 재정 지출 자동 삭감에 따른 충격을 모면했지만 미국의 경제 성장은 오히려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부자증세 등 20년 만에 이뤄진 세금 인상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연방정부 부채한도 확대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도 그대로 남아 있어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를 가로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성장률은 1%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금 인상으로 인한 타격은 연소득 40만달러(부부 합산 45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근로소득자들이 내는 급여세(사회보장연금 관련 세금)가 종전 4.2%에서 6.2%로 인상된다. 빈센트 라인하트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정치, 경제적으로 미해결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이번 합의안은 재정 리스크와 관련된 기업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65세 이상 노인층 의료보험)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부채한도를 높여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부채한도 확대 협상에서는 공화당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런 입장 차이 때문에 2월 말~3월 초가 시한인 부채한도 협상이 재정절벽 협상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합의만으로는 미흡하다”며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신속하게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의회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그러지 않으면 미국의 최고신용등급(Aaa)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