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리가 떨어져서 생활비를 줄이고 있는 판인데 날벼락 같은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됐다.”(서울 성북동 정모씨·66)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28일 전화를 걸어온 고객의 항의 내용이다. 여야 정치권이 이날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준금액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합의하자 금융자산가들이 패닉에 빠졌다. 앞으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등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최고 세율(38%)까지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목돈을 금융권에 맡긴 후 이자와 배당금으로 생활비를 타 쓰는 은퇴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석순 우리은행 웰스매니지먼트(WM)전략부장은 “앞으로 현금 자산 5억~6억원을 가진 사람들도 모두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자산가들 “세부담 너무 크다”

현행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은 4000만원이다. 연간 금융소득이 이 정도 되려면 자산규모가 10억~12억원 정도 있어야 했다. 연 3.5%의 금리를 적용했을 때 기준이다. 하지만 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이보다 절반 이하의 자산이 있어도 누진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종전에 세부담을 져 왔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들의 부담도 훨씬 커진다. 연간 1억원을 버는 사람의 경우 근로 또는 임대 소득 등이 연 5000만원, 금융소득이 연 5000만원이라면 지금까지는 소득세로 1478만원을 부담했다. 소득세의 10%가 부과되는 지방소득세까지 감안할 때 총부담 세액은 1625만원이다. 하지만 과세 기준이 바뀌면서 소득세가 1678만원으로 200만원 늘게 됐다. 지방소득세를 감안한 총부담세액은 1845만원이다.

문진혁 우리은행 WM사업단 세무사는 “금융소득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은 지역건강보험료가 연동돼 급등하기 때문에 부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팀장은 “부동산을 팔아 금융 자산으로 바꾸는 중산층들도 웬만한 경우 모두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과세기준이 2000만원으로 내려가면 현재 4만9000명 정도인 과세 대상이 20만명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과세 틈새상품과 주식 인기 끌 듯

전문가들은 현재 남아 있는 비과세 상품과 주식·펀드 등이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 전략으로는 △비과세 및 분리과세 상품 활용 △이자 및 배당시기 조절 △증여를 통한 가족 간 금융소득 분산 등을 제안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거치식 연금 같은 경우 비과세 혜택이 여전히 있다”며 “예금·적금과 주식투자, 거치식 보험상품을 섞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득의 수입시기를 분산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1년간 발생한 금융소득에 대해 적용하기 때문에 특정 연도에 이자 및 배당소득이 집중되지 않도록 만기를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재길/김일규/조귀동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