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8일 세법개정안에 합의한 것은 서로 명분을 살리면서 한발씩 양보한 데 따른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대폭 낮추는 것에 여당이 동의하자 이른바 ‘박근혜식 증세 방안’으로 통하는 비과세·감면 한도 설정 등 여당의 세법개정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이와 별개로 야당은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 구간 조정 등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오는 3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여당이 국회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율구간 조정안을 포기했다고 볼 수 있다.

◆금융소득자 세금폭탄 우려

금융소득 종합과세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해 현재는 연 4000만원이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근로소득 등과 합산해 최고 38%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됨에 따라 대상자는 4만9000여명에서 20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연간 세수도 300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금융소득이 많을수록 많은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 연봉 1억원에 금융소득 3000만원을 올리는 근로소득자 A씨(부양 가족 2명)의 경우 올해는 연말정산 때 70만원 정도를 돌려받았다. 현행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이기 때문에 금융소득에 대해 원천징수만 하면 될 뿐 추가로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기준이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 근로소득에 1000만원(금융소득 과세기준 초과분)을 더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서 A씨는 연말정산 때 환급은커녕 오히려 30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또 연봉 2억원에 금융소득이 5000만원인 근로소득자 B씨(부양가족 3명)의 경우 기존 기준에선 연말정산 때 300만원가량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낮아지면 환급을 못받는 것은 물론, 400만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결국 700만원 정도의 세금부담을 더 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비과세·감면 공제 한도(2500만원 제한) 기준을 적용하면 납부세액이 300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부자 증세안 그대로 합의

기존 부자증세 기조에 따라 여야가 잠정 합의했던 세법개정안들의 경우 큰 수정 없이 조세소위를 통과했다. 우선 여야는 고소득 근로소득자·자영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이는 것에 합의했다.

억대 연봉자들이 연말정산에서 받는 공제 총액을 2500만원 한도로 제한하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최저한세율(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을 현행 35%에서 45%로 높이기로 했다.

대기업의 세금 부담도 크게 늘렸다. 과세표준 1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4%에서 16%로 2%포인트 올리고 과세표준 100억~1000억원인 중견기업의 최저한세율은 11%에서 12%로 1%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100억원 이하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최저한세율(10%)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는 데 여야가 합의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도 현행 ‘지분 3%·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코스피시장 기준) 대주주에서 ‘지분 2%·시가총액 50억원 이상’ 대주주로 확대된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기존 ‘지분 5%·시가총액 50억원 이상’에서 ‘지분 4%·시가총액 40억원 이상’ 대주주로 변경했다.

또 대기업의 경우 고용감소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에서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50억원을 초과하는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등 행정처분만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명단을 공개하는 한편 벌금형 또는 2년 이하 징역형 등 형사처벌도 가능하게 했다. 200만원이 넘는 고가 가방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물기로 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