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무역 1조달러 '먹구름' 끼나
중국과 유럽, 아세안 등 한국의 주요 수출국들이 내년에 보호무역 장벽을 더 높인다. 수입 제품에 차별적 특별세를 부과하고 환경인증 등 비관세장벽을 강화할 움직임이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26일 KOTRA와 무역업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내년부터 수입산 기계와 건설장비 제품에 ‘사용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지난 9월부터 외국 자동차에 대해 가격의 30% 수준으로 부과하기 시작한 특별세를 다른 제품으로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세금이 적용되면 한국 제품의 러시아 내 가격이 인상돼 판매 감소가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이 외에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컴퓨터 제품에서 관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합성섬유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독일은 환경규제를 강화한다. 1월부터 자국 시장에서 판매 또는 교체되는 자동차 촉매장치에 환경인증 마크를 도입, 하반기에는 인증을 받은 제품만 판매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중국은 1월부터 ‘결함 자동차 제품 리콜 관리 규정’을 의무화한다. 생산자가 결함정보를 은폐하고 리콜하지 않으면 제품 가격의 최대 10% 벌금을 부과하고 위법소득을 몰수, 관련허가 취소 등을 법으로 강제화하는 내용이다.

아세안 지역은 각종 수입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태국은 내년 초 한국산 알루미늄, 아연도금 평판압연제품에 대한 반덤핑 최종판정을 진행할 예정이며 평판압연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도 추진 중이다. 태국은 이미 한국산 스테인리스 냉연강판과 열연철강 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10월 한국산 와이어로드 제품에 대해 26.4%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내년 초 최종 판정이 예정돼 있다.

각국이 자국 산업보호에 열을 올리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 무역 1조달러를 기록한 한국의 내년 수출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한국 기업에 대한 무역구제 제소는 22건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007년 10건에서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수입관세 인상이나 특별세 도입, 자국산 사용의무 부과, 수입절차 강화 등 수입상품의 경쟁력 약화에 초점을 맞춘 간접적인 조치까지 포함하면 규제는 훨씬 많아진다는 분석이다.

김성재 KOTRA 정보기획실 차장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선진 신흥시장을 막론하고 보호무역적 규제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