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최근 50대 이상 시니어고객을 대상으로 ‘IBK9988장수통장’(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뜻)을 내놓아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고정 소득이 있는 은퇴자에게 우대금리를 지급하고 전화금융사기피해보험에도 가입해 주는 게 특징이다. 21일 기준으로 7000계좌 넘게 판매됐다.

기업들이 50대에 초점을 맞춘 상품을 집중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만 49~57세인 베이비부머만 해도 720만명에 달하는 데다 씀씀이도 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올 들어 연금식 적금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월복리로 적립하고 노후에 연금처럼 수령할 수 있는 ‘월복리 연금식 적금’을 판매 중이다. 현재 가입 실적이 2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50~60대에 특화된 별도 상품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의 ‘KB골든라이프 적금’과 신한은행의 ‘뉴라이프 연금예금’도 비슷한 구조다.

보험사들이 신규 가입을 제한할 정도로 시중자금이 몰린 즉시연금의 경우 50대가 주 가입자다. 비과세 혜택 종료 논란이 일면서 막 은퇴했거나 은퇴를 목전에 둔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목돈을 넣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9월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저축성보험 포함) 초회보험료는 7조564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9.1% 급증했다.

신용카드사들은 병원이나 약국, 건강진단센터 등에서 결제하면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실버 특화카드’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서도 ‘50대의 귀환’이 화제다. 자녀를 독립시킨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앞두고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을 많이 찾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선 이미 ‘큰손’ 대접을 받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런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이 6월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한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이 대표적이다. 김인순 대우건설 건축사업본부 차장은 “50대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해 세컨드 하우스로 사용하거나 숙박시설로 임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덕분에 빠른 시간 안에 100% 분양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여서 리스크 관리엔 매우 민감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50대는 60대와 달리 실리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실속 있는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고 개·보수에 대한 욕구도 강한 스마트한 소비자”라고 말했다.

조재길/이정선/김진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