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매출 4조 삼보컴퓨터 스스로 中企됐다
한때 매출 4조원을 넘겼던 대기업 삼보컴퓨터가 중소기업이 됐다. 개인용컴퓨터(PC)사업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정부가 데스크톱 PC를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선정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지난달 말 중소기업청에서 ‘삼보컴퓨터는 중소기업’이라는 확인서를 받았다”며 “내년부터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중소기업 자격을 확보했다”고 13일 말했다.

중소기업기본법에는 제조업에 속하는 중소기업 기준이 ‘상시 근로자 수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로 규정돼 있다. 자기자본이 1000억원 미만이고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이 1500억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삼보컴퓨터는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인력 구조조정을 계속해왔다. 2010년 이사와 감사, 계열회사 근무자를 제외하고 286명이었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260명으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7월 구조조정으로 현재 130여명만 일하고 있다. 직원 수 기준으로는 중소기업 범주에 이미 들어갔다.

문제는 ‘최근 3년간 평균 매출 1500억원 미만’이라는 기준이었다. 지난 3년간 삼보컴퓨터의 평균 연간 매출은 2862억원이다. 중소기업이 될 수 없는 조건이다.

삼보, 신설법인 만들어 중소기업 기준 충족

삼보는 이 문제를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기존 사업을 이 회사로 넘기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새로 생긴 회사는 과거 매출액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삼보컴퓨터는 지난 10월 신설법인 ‘TG삼보’를 설립한 뒤 PC 영업과 서비스 부문을 이 회사에 넘겨줬고, 한 달 뒤인 11월에는 제조업 부문을 추가로 이관했다. 옛 삼보컴퓨터에는 공장부지 등을 활용하는 부동산 부문만 남겨뒀다.

삼보는 이와 함께 지난달 신설법인의 이름을 ‘TG삼보’에서 ‘삼보컴퓨터’로 다시 바꿨다. 현재의 삼보컴퓨터는 지난 10월 설립된 ‘TG삼보’의 이름이 바뀐 회사다. 설립된 지 2개월밖에 안 되는 신생기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삼보컴퓨터는 워크아웃 중인 삼보컴퓨터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채권단 측은 옛 삼보컴퓨터의 제조업 부문을 신설법인에 넘기지 않고 독자생존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제품의 품질수준 유지 등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해 넘기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채권단이 관리하게 된 옛 삼보컴퓨터를 파산 처리하면 신설법인인 TG삼보가 폐업을 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TG삼보 이름을 삼보컴퓨터로 다시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보컴퓨터는 중소기업청이 데스크톱PC를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에 포함시키는 내년부터 부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데스크톱PC 공공조달 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내년 50% 이상, 2014년 75% 이상으로 높인 뒤 2015년부터는 100% 적용할 예정이다.

데스크톱PC 공공조달 시장은 연간 4000억여원 규모다. 조달청에 따르면 삼보컴퓨터는 이 시장에서 8%가량을 차지해 왔으며 대기업인 삼성전자(47%)와 LG전자(13%)가 과반을 점유해왔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