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글로벌 자동차 업황은 2009~2012년에 비해 어려울 것 같다. 핵심 논리는 각 업체들의 생산능력 증가에 비해 판매 증가율이 낮아 재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업체별 인센티브가 확대되는 등 경쟁심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던 미국의 자동차판매 증가율도 올해 이미 4~5%대로 둔화됐고, 유럽시장은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내년도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큰 폭의 회복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다. 반면 신흥시장인 중국 인도 러시아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황이 생각보다 밝지 않다면 결국 업체별 ‘차별화’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에 고르게 나가 있으면서 각 지역에서 수요와 공급이 잘 일치해 높은 효율성을 내는 업체가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지표로 따진다면 높은 ‘가동률’과 낮은 ‘재고율’을 유지하는 업체가 그렇지 못한 업체에 비해 훨씬 높은 경쟁력과 안정적 재무구조, 연구개발(R&D) 능력을 가지게 된다. 양적 성장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전면에 내세워 100%가 넘는 가동률과 낮은 재고율을 보이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런 측면에서 유리하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전에 비해 낮아진 성장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안정성과 현금창출 능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투자자들이 내년도 자동차 업종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점은 주간 연속2교대 도입을 통한 국내 공장의 경쟁력 둔화와 원화강세·엔화약세 전환에 따른 한국 업체의 피해 여부다. 정치적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많이 거론되는 우려 중 하나다. 주간 연속2교대는 시험생산을 거쳐 3월부터 실시되는데 줄어드는 시간만큼 작업속도를 높여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1분기에는 조금 삐걱댈 수 있겠지만, 2분기 이후에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될 것으로 본다. 환율은 해외비중 증가와 부품의 현지조달 등으로 생각보다 큰 피해를 만들어낼 것 같진 않다. 현대차가 이미 60%를, 기아차는 40%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어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이후 1600원에서 1100원으로 환율이 하락했지만 5%대에 그치던 영업이익률이 현재 11%까지 높아졌다. 대통령 선거와 신임 대통령 취임 기간에는 각종 변화를 우려할 수 있지만, 정권교체기마다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인 바 있다.

현대차는 내년에 신규 중국3공장이 풀가동을 하고, 브라질 공장이 신규 가동을 한다. 또 미국 공장이 3교대 근무로 전환해 더 많은 생산을 할 것이다. 기아차도 국내 공장 증설을 통해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는 6~7%대의 물량증가, 기아차는 약 3%의 물량증가를 예상한다. 여기에 해외에서의 가격인상이 병행되면 충분한 매출증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본다. 주가 측면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3분기 파업과 이에 따른 실적둔화, 지속적인 원화강세, 엔화약세, 연비이슈 등 악재가 집중되며 주가수익비율(PER) 6~8배의 견고한 박스권 하단을 깨고 5배까지 하락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매수세와 양호한 11월 판매 결과로 빠른 반등이 나타나며 박스권 회복에 성공했다. 현재 주가는 여전히 박스권 하단에 머물고 있어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 coolbong@hi-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