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명문고인 경기고와 경복고,경북고 출신이 사라지고 서울 중앙고와 용산고가 신흥 강호로 뜨고 있다. 서울·고려·연세 등 이른바 ‘SKY대’ 졸업자 비율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3년간 매년 정기인사에서 승진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동한 대기업 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자(CEO)들을 분석한 결과다. 해마다 사장단 인사를 12월 중순까지 끝내온 삼성, LG, 현대중공업, GS, 코오롱 등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작년까지 새내기 CEO들의 출신 고등학교는 경기고, 경복고, 경북고 일색이었다. 작년 말 실시된 2012년 정기 인사에서 사장이 된 53명 중 경기고 출신이 7명(13.2%)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경북고(4명)가 많았고 경복고도 2명으로 4위에 올랐다. 2011년 인사에서도 ‘3K 고교 출신’은 나란히 1,3,4위를 차지하며 전체 사장 승진자 중 26.3%를 차지했다.

2013년 정기인사에선 이 비율이 4.2%로 뚝 떨어졌다. 올해 승진하거나 자리를 옮긴 새내기 CEO 24명 중 경기고와 경북고 출신은 전무했다. 경복고 졸업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일했다.

전통 명문고가 놓친 1등 자리는 중앙고 몫이었다. 이 학교 출신 4명 중 1951년생인 노인식 삼성경제연구소 사장(61)이 가장 선배이며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59)이 노 사장 다음으로 중앙고를 졸업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같이 일하게 된 김종중 전략1팀장(56·사장)과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55·사장)도 중앙고 출신이다.

지난해까지 중위권에 맴돌았던 용산고와 대광고가 2명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삼성전자로 옮긴 조수인 사장(55)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57)는 1975년 용산고를 함께 졸업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을 겸임하게 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60)과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56)은 대광고 선후배 사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59)과 윤용암 삼성자산운용 사장(56)은 서울고 동창이다.

경기·경복고 출신뿐 아니라 SKY대 졸업자 비율도 줄고 있다. 2011년 정기인사에선 서울대를 나온 CEO가 40.3%에 이르는 등 SKY 출신자가 전체의 70.1%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12년 인사에서 64.1%로 감소한 데 이어 2013년 인사에서 62.5%로 더 줄어들었다.

지난해까지 36%를 차지한 영남 출신 CEO 비율은 올 들어 20.8%(5명)로 줄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