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2013 증시 전망’ 설문조사 결과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30명 가운데 22명은 “내년 코스피지수 최고점은 220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7일 코스피지수(1957.45) 대비 12% 이상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1%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센터장들이 내년 증시를 이처럼 강하게 보는 것은 기대감이 실제 경기보다 한발 앞서 반영되는 증시의 속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에는 미국과 중국 경기가 하반기로 갈수록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상장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중 경기 회복 뚜렷해질 듯

중국의 지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6으로 전달보다 0.4포인트 상승하는 등 회복 양상이 뚜렷하다. 수출주문지수도 50.2로 5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50)을 넘어섰다. 원자재재고지수는 47.9로 8월(45.1)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고가 소진되는 모습이다.

중국에 비해 미국은 재정절벽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아직까지는 회복이 더딘 편이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지난달 49.5를 나타내 예상치(51.3)와 전달 지수(51.7)를 모두 밑돌았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허리케인 ‘샌디’ 여파가 일부 반영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지난달 경기지표 둔화는 ‘일시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내 10월 주택 착공 건수가 89만4000건으로 2008년 7월 이후 최대를 기록하는 등 주택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미국의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내년 중국 경제에 대해 가장 많은 19명의 센터장이 “새 지도부 출범의 영향으로 경제 전반의 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과 관련해서는 18명이 “재정절벽 이슈가 불거지면서 내년 상반기 위축됐다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12명은 “견조한 경기 회복세가 1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도 최선호 업종으로 글로벌 경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IT(1위)와 화학 등 소재 업종(3위)이 꼽힌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초 미국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된 후 중국과 미국의 경기 회복이 더해지면서 증시가 1분기를 저점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불확실성과 엔화약세가 악재

문제는 좀처럼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유럽 경제다. 유럽의 경기 회복 시기에 대해 가장 많은 14명의 센터장이 “2013년에는 회복이 어렵고 2014년이 돼야 바닥을 다질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유럽 악재가 주기적으로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한국 증시에 가장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대외 이벤트로 4월 있을 이탈리아 총선을 꼽았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핵심 리스크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며 “내년 4월로 예정된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현 내각이 물러나게 될 경우 발생할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 하락도 내년 증시에 충격을 줄 요소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수출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현재 자동차 업종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6~7배로 저평가 영역에 있다는 분석이 많은데도 내년 유망 업종으로 자동차를 꼽은 센터장이 4명에 머문 것도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