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23일 범정부 기구로 ‘빈곤정책 제도개선 기획단’이 발족했다. 과제는 2000년 시행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였다. 형식은 민간기구였지만 정부를 대신해 빈곤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임무였다.

서울대 김상균 교수를 단장으로 복지 고용 경제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복지 분야 싱크탱크인 보건사회연구원 핵심인력들도 함께했다. 기획단은 1년여간의 논의를 거쳐 지난 3월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핵심내용은 기초수급자에 집중된 저소득층 예산을 분산시켜 더 많은 저소득층이 복지 혜택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맞춤형 지원제도라고 불렀다.

이와 함께 근본적 빈곤 탈출을 위해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내보내기 위한 방안도 담았다. 하지만 정권 말기에 이를 추진할 만한 동력이 없어 청와대에 보고만 하는 선에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기초생활보호제도 개혁이라는 숙제는 다음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획단이 내놓은 개편안은 서둘러 추진해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내실이 있다는 얘기다.

개편안의 핵심내용은 기초수급자(최저생계비의 100% 이하)가 되면 모든 혜택을 받게 되는 이른 바 ‘덩어리 급여체계’를 맞춤형 개별급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지원 분야를 생계 주거 의료 교육 등으로 나눠, 이를 저소득층의 여건에 맞게 골고루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우선 생계비를 지원받을 때 적용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해 수혜폭을 넓히고, 주거와 교육비를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을 높이는 방식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00% 이하만 돼도 학생이 있는 가구라면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150%가 되더라도 식구 수에 따라 주거지원비를 차등 지급받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기초수급자에게 가는 필요 이상의 혜택을 줄이면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기획단의 판단이었다.

이와 함께 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해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실업부조를 통해 직장을 잃는 위급한 상황에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