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도 국민연금과 하나로 통합해야 합니다.”

최병호 보건사회연구원 원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이 고갈될 것에 대비해 국민 전체가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책연구원장이 이례적으로 연금 통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향후 재정부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내년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복지정책의 틀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높다. 연금 개혁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각종 연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을 모두 통합해야 한다. 공무원이나 선생님들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연금제도의 적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이나 일본도 이런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혁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연금을 더 내는 것은 불가피하다.”

▷공무원이나 교사 등의 반발이 클 텐데.

“후세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인 이들이 나서지 않으면 연금고갈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다.”

▷복지지출이 100조원이라는데 국민들은 혜택을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100조원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봐야 한다. 주택 관련 예산이 큰데 이것은 복지보다 투자에 가깝다. 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연금, 보육, 장애인 등 복지부에서 실질적으로 복지에 투입하는 예산 다 모아봐야 40조원이 채 안 된다. 그마저 안정적이고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구조다. 실제 복지제도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국민은 10% 안팎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잘못 배분되고 있다는 말인가.

“한국의 복지제도는 4대 보험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사회보험은 원래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로 시작됐다. 그 결과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근로자들이 많은 혜택을 보게 된 것이다. ”

▷노인 빈곤율이 45%에 이르는데.

“연금을 낸 사람이 타가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타당하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철학이 필요하다.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오늘날 한국 경제 발전을 일궈낸 숨은 공로자다. 공헌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라도 더 많은 지원을 해줘야 한다. 현재 세대가 부담을 져줘야 한다.”

▷세금 많이 걷고, 복지를 늘리면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사람은 다르다고 본다. 한국 사람들은 소득에서 50%를 세금으로 떼어가면 복지에 의존해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더 하려고 덤벼들 것이다. 떼인 것만큼 더 벌려고 할 것이란 얘기다. 그게 한국 사람의 유전자다. ”

▷사회간접자본(SOC)에 더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의 SOC 투자는 충분하다. 반면 복지는 선진국에 걸맞은 수준에 전혀 도달하지 못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보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3%도 안 된다. 선진국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한국의 복지기반은 취약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