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ENI)와 함께 지중해 동부 섬나라 남키프로스 해상광구에서 천연가스 개발에 나선다. 개발이 성공하면 가스공사는 국내 연간 소비량의 2배에 해당하는 6000만t의 천연가스를 확보하게 된다.

◆향후 25년간 생산

2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가스공사·에니 컨소시엄은 최근 남키프로스 정부가 입찰에 부친 레반틴 해양분지의 2·3광구 탐사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3광구의 탐사 자원량은 액화천연가스(LNG)로 환산했을 때 각각 1억4700만t과 1억5400만t으로, 총 3억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가스공사는 이 가운데 지분 20%에 해당하는 약 6000만t의 천연가스 소유권을 갖는다. 국민 전체가 2년 가까이 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뉴욕상업거래소 시세로 약 11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남키프로스 정부와 금액 등 협의 과정에 있다”며 “최종 낙찰되면 내년부터 3년 동안 탐사개발 기간을 거쳐 25년 동안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최근 대형 가스전이 발견된 아프리카 모잠비크 프로젝트에 이어 가스공사 창사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개발사업이 된다. 가스공사는 지난 4월부터 에니와 함께 키프로스 해상광구 탐사 프로젝트의 입찰 참여를 검토했다. 기술 검토 결과 최근 유전이 발견되는 등 천연가스 개발 가능성이 높은 레반틴 분지에 있는 광구에 우선적으로 입찰하는 전략을 짰다. 에니와는 모잠비크뿐 아니라 이라크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에서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등 인연이 깊다.

◆정치적 리스크는 없나

키프로스는 셰익스피어 비극 ‘오셀로’의 무대로 유명한 지중해 동부 섬나라다. 석유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해 오스만 튀르크 대영제국 등 외세의 침략을 당해왔다. 이후 그리스정교를 믿는 그리스계와 이슬람교를 믿는 터키계가 갈등을 겪다 1974년 터키의 개입으로 남-북(터키계)이 분단됐다.

2010년 미국 지질조사국이 남키프로스 연안에 122조입방피트(환산시 약 26억t)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하자 남북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가 한 해 동안 쓸 수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것. 현재 시세로 4400억달러(약 480조원)에 달하는 양이다. 하지만 남키프로스는 북키프로스를 배제하며 미국 이스라엘 등과 개발 계약을 맺어왔다. 이 때문에 북키프로스를 지지하는 터키는 남키프로스가 단독으로 천연가스 개발을 할 경우 동맹국을 위해 해군 파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미 미국 이스라엘 업체들이 개발 탐사에 나선 데다 러시아까지 뛰어들어 정치적 위험요인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년 2월 열리는 남키프로스 대선 전까지 최종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