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빵집 규제는 자유로운 기업가 정신을 저해할 뿐이다.”

“헤비급과 플라이급 선수가 한 무대에서 싸울 수는 없다.”

기업가정신 살리기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특정 산업이 중소기업에 적합한지는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는 시각과 경쟁력이 취약한 이들을 위해 진입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승훈 교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나 빵집 규제는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창의혁신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 혹은 중소기업에 유리한 게 아닌 모두에게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동선 원장은 이에 대해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를 한 링에 올려놓고 경쟁하는 것은 출발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며 “공정한 경쟁질서 유지를 위해 적합업종 시행은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노부호 교수는 산업이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잘하는 기업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빵 산업을 세계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 1위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통산업이 혁신을 통해 대형 양판점으로 진화한 것처럼 빵집이라는 무대가 어느 체급의 선수를 위한 것인지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감 몰아주기와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김 원장은 “대기업이 핵심역량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닌데도 단순하게 이익창출을 위해 진입하거나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 사업으로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대자동차가 현대모비스의 부품을 사는 것은 기업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주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