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영국 모회사인 테스코가 금융 서비스를 한다는 사실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테스코는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급성장했다. 글로벌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올해도 전년에 비해 13% 이상 늘어난 10억4400만파운드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험과 증권을 산업자본과 분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역시 한국이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금산분리를 강화하려는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금산분리는 배임죄 처벌과 함께 기업가의 도전정신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으로 꼽힌다. 인위적인 경쟁 제한으로 외국기업들만 이익을 보는 역차별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는 금산분리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독점 우려(미국)가 있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결합(독일) 때만 제한하는 정도다.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 역시 미국은 아예 없고, 영국에서는 권고 사항으로 돼 있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중간금융지주회사도 GE의 금융지주인 GECS처럼 자율적으로 설립하는 사례는 있지만 법적으로 강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 유럽이나 일본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가 없으며, 엄격하다고 알려진 미국도 한국보다는 강도가 약하다.

오히려 금산분리에 따른 의결권 제한으로 경영권 유지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회사의 겸업화와 대형화라는 세계적인 추세도 가로막고 있다. 포천지 선정 올해 500대 기업 중 금융회사는 총 93개인데 한국은 우리은행(449위) 단 한 개만 들어가 있다. 외국자본과의 역차별도 문제다. 산은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외국계 은행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990년 12.2%에서 2002년 16.5%, 2011년 19.3%로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와 증권사의 점유율 역시 계속 상승세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의 매물이 나올 때 인수할 수 있는 곳은 외국계 자본밖에 없어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 KB금융, 하나, 신한 등 국내 대표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60%가 넘는다.

◆모호한 배임죄가 기업인 발목

여야는 기업인의 불법 행위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상 횡령 등에 대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과도한 배임죄 처벌은 경영상의 자유로운 판단을 제약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구성 요건이 광범위해 배임죄가 너무 쉽게 성립된다. 가령 일본에서는 명백히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어야 배임죄가 성립되는 반면 한국은 목적이 없어도 손해 발생의 위험만 있으면 배임죄가 된다.

‘업무상의 배임’이라는 개념도 불분명해 단순한 경영상의 판단인지 위법행위인지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특경가법상의 배임죄는 형사범죄에 비해 무죄율이 5배가량 높게 나오고 있다. 또 기업인에 대한 처벌은 경영에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힘든 구조를 만들어 ‘현실안주’형 기업 경영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전 가로막는 장벽 없애야

전문가들은 금산분리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산분리가 전혀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제품 판매와 대출을 함께 제공하면서 금융과 산업의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임죄도 개선이 필요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임죄 처벌은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과도한 형사적 개입”이라며 “기업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파괴시켜 국가 경제에도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동욱 동국대 법대 교수는 “기업 경영은 모험을 할 때도 있는데 성공하면 투자이고 실패하면 투기라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