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쥐꼬리' 주가도 '시들'…ELS·DLS, 재테크 새 돌파구로
올해 금융시장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투자자들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1800대에서 출발해 한때 2000을 돌파했지만 다시 1900대로 내려왔다. 주식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10조원대에서 6조~7조원대로 줄었고 주식형 펀드도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간접투자와 직접투자 모두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가장 안전한 상품인 정기예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에 머무를 때도 만족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연 3%가 넘는 정기예금을 찾기도 힘든 지경이다. 올해 기준금리가 두 차례 내린 탓이다.

이렇게 어려운 금융시장에서 올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한 것은 바로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이다. ELS와 DLS는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는 상품으로 올해 확고히 자리잡았다.

○‘주가지수 ELS’ 85% 차지

먼저 ELS 시장을 보자. ELS는 증시가 2000대에서 상승을 모색하던 올 상반기 대거 발행됐다. 지난 3월 ELS 발행액은 5조6000억원에 달했다. 월별 기준으로 사상 최대액이다. 연초 이후 10월까지 발행된 ELS 금액은 41조원에 이른다. 작년 전체 발행액을 벌써 40% 정도 초과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원금 비(非)보장형 ELS가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했다. 시장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기초자산별로는 코스피200,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S&P500 등 각 나라 지수를 둘 또는 세 개 사용해 만든 ELS가 전체 발행액의 약 85%를 차지했다. 반면 순수하게 개별 종목만으로 기초자산을 구성한 ELS는 전체의 약 13%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떨어졌다.

올해 가장 인기를 끈 ELS는 코스피200과 HSCEI를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상품이다. 기준 주가지수의 90%부터 시작해 1년마다 5%포인트씩 조기상환 기준이 낮아지고(스텝 다운) 원금손실 구간(하방 배리어)을 기준지수의 40%로 설정한 유형은 연초에는 연 11~12%의 수익을 제시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선 상품 구조가 점점 나빠졌다. 기초자산 주가지수를 세 개로 늘려야 상품 구성이 가능했고 9월부터는 하방 배리어도 45%로 높여야 했다.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DLS 시장은 올 7월부터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가 늘어났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국고채 3년 금리가 연 2.8%대까지 하락하자 DLS가 기관의 투자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금리·환율보다는 금, 은, 석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면서 스텝 다운되는 DLS를 선호했다. 금리나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하면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예금금리 '쥐꼬리' 주가도 '시들'…ELS·DLS, 재테크 새 돌파구로

○내년엔 리츠·ETF 기초자산 활용 전망

그렇다면 내년에 ELS 및 DLS는 어떤 유형의 상품들이 유망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2005년부터 투자자들의 강한 신뢰를 얻고 있는 스텝 다운 조기상환형 상품이 내년에도 주축을 이룰 것이다. 다만 시황별로 조기상환 배리어와 하방 배리어의 변형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로 내년에도 주가지수가 ELS의 기초자산으로 활발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주가지수 ELS의 세 축을 담당한 코스피200, HSCEI, S&P500에 더해 각국의 경기 회복 정도 등에 따라 기초자산으로 추가 사용하는 주가지수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두 가지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기초자산도 꾸준히 등장할 것이다.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지수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전망이 좋은 자산이면 무엇이든 ELS 등의 기초자산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다.

○ELS도 투자성향 감안해야

ELS에 투자할 때 유의할 점은 무엇보다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ELS를 찾아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예를 들어 공격적 투자자가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변동성이 큰 기초자산과 높은 조기상환 배리어, 높은 하방 배리어를 갖고 있는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반대로 수익이 낮더라도 위험이 작은 상품을 원한다면 변동성이 작은 기초자산을 활용해 만들고 조기상환 배리어 및 하방 배리어가 낮은 ELS를 선택하면 된다.

기초자산의 변동성, 조기상환 배리어, 하방 배리어라는 이 세 가지 변수를 조합하면 다양한 위험도의 ELS를 만들 수 있다. 또 시황에 맞게 본인의 ELS 포트폴리오도 조정해 나갈 수 있다.

분산 투자도 ELS 투자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분산해야 할 대상은 기초자산과 투자 시점(기초자산의 기준가격대)이 가장 중요하다.

예금금리 '쥐꼬리' 주가도 '시들'…ELS·DLS, 재테크 새 돌파구로
올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 주가지수 ELS에 투자하면 기초자산 분산은 가능하다. 주가지수는 다양한 개별 종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분산돼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주가지수를 활용한 ELS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목 분석 능력 및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후에는 개별 주식 ELS에 가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다만 개별 종목은 아무 종목이나 선택하면 안 된다. 나중에 오를 가능성이 높고 하락하더라도 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초자산을 선별해야 한다.

투자 시점도 여러 구간으로 분산하는 것이 좋다. 자칫 한 상품에 ‘몰빵 투자’를 했다가는 시황 악화 등으로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거나 원금에 손실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ELS는 발행 증권사의 재무 안정성을 살펴봐야 한다. ELS 발행 증권사가 최악의 경우 부도가 발생하면 돈을 못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같은 조건이면 신용등급이 높은 증권사를 고르는 것이 좋다.

이정환 <KDB대우증권 파생상품영업부장 jeonghwan.lee@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