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는 돈보다 지혜를 상속한다.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다주는 부모가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부모가 돼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고기를 가져다 줘 한 번의 식사를 해결해주는 것보다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평생 살아갈 방도를 알려주는 것이 현명한 부모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이를 위해 부모는 늘 배움의 자세로 실천을 통해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모범’이 돼야 하지만 복잡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혜를 상속하는 현명한 부모 노릇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자녀들은 이미 소비하는 데 더 익숙해져 있다. 올바른 경제관념이 안정된 생활의 영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현명한 부모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더군다나 지금보다 한층 더 복잡한 경제 환경 속에 생활하게 될 자녀들에게는 투자와 저축 등에 대한 경제관념을 보다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금융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자녀 스스로 통장관리

부모가 자녀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일의 시작은 사실 쉽고 간단하다. 바로 자녀가 자신의 통장을 갖게 하는 것이다. 어린 자녀들에게 금융투자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자녀가 직접 자신의 통장을 관리하게 하거나 최소한 부모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녀의 관심과 참여 없이 부모가 계좌를 개설하고, 자녀 대신 일정액을 불입하면 금융교육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은행에 방문해 계좌 개설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또 자녀가 직접 자신의 통장 이름을 짓게 하고, 정기적으로 은행을 방문하게 한다면 자녀들은 자신의 통장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자녀들에게 용돈기입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용돈의 지출 내용을 저축, 투자, 소비 등의 항목으로 나눠 기입하도록 해 받은 용돈을 규모 있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또 용돈기입장을 쓰기 전 미리 작성한 예산과 용돈을 쓰고 난 다음 작성한 사항을 비교하게 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습관을 키울 수 있다.

부모들은 때때로 자녀의 씀씀이가 커질까봐 단순히 용돈의 규모를 줄이는 방법만 고민한다. 그러나 이 경우 자녀들은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보다 부족한 용돈을 마련할 궁리를 하게 된다. 따라서 무조건 용돈을 줄이는 것보다는 자녀의 용돈에 저축할 금액을 포함시키고, 용돈기입장을 활용해 자녀 스스로 용돈의 사용처를 분명히 구분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계좌를 개설할 때 자녀와 함께 금융상품 가입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목표가 없으면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자녀의 관심도 줄어들게 되고, 결국 통장의 존재 여부조차 잊게 된다. 따라서 입학이나 졸업 등 각종 이벤트에 맞춰 만기를 정하고 장·단기상품으로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적금으로 저축 습관

금융회사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특화된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어린이 전용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기본적인 금융지식과 경제관념은 물론 향후 성인으로서 갖춰야 할 저축 및 투자 마인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어린이 대상 금융상품을 살펴보면 어린이 명의로 가입할 경우 금리를 더 주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경제·금융 관련 교육, 상해보험 가입 등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장 등의 디자인에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자녀들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자녀를 위한 금융상품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자녀에게 저축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라면 어린이를 위한 은행 적금을 추천한다. 자녀들은 불어나는 예금을 보면서 저축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금융상품은 대부분 자유적립식이므로 자녀들이 명절, 생일, 입학ㆍ졸업 등 특별한 날 받은 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자녀들이 직접 은행에 가서 용돈의 일부를 저금하도록 교육시키면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모으는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자에 대한 개념도 배울 수 있으며 용돈도 아낄 수 있다. 자녀가 스스로 1년 정도 모을 수 있는 금액을 정하고, 자기가 모은 돈으로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면 성취감을 느끼는 데도 도움이 된다.

○펀드로 투자 경험

어린이 펀드 상품은 자녀가 투자에 대한 개념을 가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는 미래에는 주식과 같은 투자상품이 더 각광 받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에 대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교육이 필요하다.

적금이나 예금은 물가상승률에 비해 금리 수준이 낮아 장기투자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또 계속되는 저금리 추세와 교육비의 가파른 상승은 투자의 필요성을 더욱 높인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어린이들도 펀드를 이용한 투자 등에 대한 교육을 받도록 장려하고 있다.

어린이 펀드는 대부분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거치식보다는 매달 조금씩 투자하는 적립식 상품이다. 적립식 상품은 자녀들이 자신의 용돈만으로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적립식 펀드는 시점을 나눠 투자하는 효과가 있어 시장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간 분산 투자를 통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데다 주가 변동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또 매달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운용보고서가 나오는 만큼 자녀 스스로 금융과 경제에 관심을 갖게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어린이 펀드라고 수익 차원에서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일반 펀드처럼 투자 상황에 따라 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고 반대로 원금을 손해 볼 수도 있다. 따라서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우량주, 배당주 등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가입하는 것이 좋다.

펀드를 선택할 때는 수수료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어린이 펀드와 같이 장기 투자를 위한 상품은 수수료가 저렴하고 보수율이 낮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

○적금과 펀드로 분산 투자

여러 은행에서는 적금과 적립식 펀드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해 판매하고 있다. 이 패키지 상품은 적금과 펀드에 대한 입금액을 시장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해 ‘똑똑한 투자’를 가능하게 한다. 쉽게 말해 매입단가가 낮을 때는 펀드 투자 비중을 높게 하고, 매입단가가 높을 때는 펀드 비중을 낮추는 방식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주식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투자법이다.

패키지 상품에 가입한 어린이는 적금을 통한 저축의식과 펀드를 통한 투자개념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더불어 분산투자에 대한 개념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금과 펀드에 각각 50% 비중으로 최초 가입한 경우 다음달 적립 때는 펀드의 매입기준가와 과거 평균매입기준가를 비교해 당월 매입기준가가 과거 매입기준가보다 낮다면 적금 30%, 펀드 70% 비중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당월 펀드 매입기준가가 더 높으면 반대로 적금 70%, 펀드 30% 비중으로 나눠 투자하면 된다.

김학년 <하나은행 도곡PB센터 PB팀장 hn_kim@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