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했던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찾아 언론의 관심을 끈 의료기기 업체가 있다. 서울 구로디지털밸리에 있는 바이오넷(사장 강동주·50·사진)이다.

강동주 사장은 “의료기기 판매를 통한 수익성 창출은 물론 현지화 및 의료 장비 기술 이전 등에도 적극 나서는 걸 김 총재가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바이오넷은 심전계(심장기능과 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 태아감시장치(분만 중 산모의 자궁수축도와 태아의 심박수를 살펴보는 장비), 환자감시장치(환자의 체온, 맥박수를 자동으로 모니터링하는 전자검진장치)를 주로 생산하는 의료기기 업체다. 현재 국내 심전계의 60%, 태아감시장치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강점은 모든 제품에 정보기술(IT) 네트워크 솔루션을 연동시켜 의사가 먼 거리에서도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스마트폰 연동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아주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한양대 대학원에서 의용생체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강 사장은 생체의료공학 전문가다. 메디슨에서 4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는 1994년 사내 인큐베이팅 분야였던 생체신호 사업부장을 맡으며 생체신호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1997년 환자감시장치 제조업체인 바이오시스를 설립했지만 모회사 메디슨이 흔들리면서 사업을 접었다가 1999년 11월 바이오넷을 재창업했다.

바이오넷은 200억원에 불과한 국내 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80여개국에 120여개 대리점과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다. 환자감시장치의 경우 글로벌 시장이 연간 45억달러(4조9300억원), 태아감시장치 1억2000만달러(1310억원), 심전계 6억달러(6573억원) 정도로 크다.

바이오넷은 지난해 매출 163억원 중 140억원을 수출로 이뤄냈지만 전체 해외시장 규모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시장의 상당 부분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필립스 등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다. 때문에 강 사장은 브라질, 베트남,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개발도상국을 주요 수출 타깃으로 삼았다. 2009년 브라질에 200만달러, 러시아에 200만달러, 멕시코에 100만달러어치 심전계를 수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하며 현지화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강 사장은 “의료기기는 다른 제품과 달리 해당 국가의 인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며 “인허가를 받기 위해 브라질에선 2년 이상, 러시아서도 1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해당 국가에 합작회사를 세우면 현지인력을 고용해 값싸게 상품을 조달할 수 있고 생산기술을 그 지역 근로자에게 이전하기도 수월해 시장 선점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남미 일부 국가의 관세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지화는 관세를 줄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많은 인력 없이도 개도국 지역 보건소에서의 진료 기록을 큰 병원이나 의료센터에서 진단할 수 있도록 모든 제품에 IT와 융합한 네트워크 연동 솔루션을 적용하는 등 기술 개발에도 매진해 매년 15% 이상의 매출 확대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