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정신을 바탕에 둔 최부자 가문의 훌륭한 전통과 경영철학을 제대로 배우는 기회가 됐어요.”(여제율 삼정제이피에스 사장)

“기업은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오랫동안 존립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강상훈 동양종합식품 회장)

26일 경북 경주 교촌 한옥마을에 있는 최부잣집 고택을 방문한 130여명의 가업승계 기업 1, 2세대(또는 2, 3세대) 기업인들은 400여년간 12대에 걸쳐 부(富)를 키워온 최부잣집의 가업 지침서 ‘6훈’(가훈)과 ‘6연’(행동요령)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강 회장은 최씨 가문 6훈 중 하나인 ‘흉년에 땅 늘리지 말라’가 인상 깊었다면서 “경쟁사 약점을 노려 사세를 늘리는 ‘원망’의 경영을 해서는 1000년 기업이 아니라 10년도 못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 사장은 “경쟁사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부를 쌓고 오래갈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정태일 한국OSG 회장은 견학 중 최부자 가문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최국선 씨의 일화에 감동, 현장에서 아들 정승진 사장에게 최부잣집 아카데미를 수강하라고 권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최국선 씨가 임종 때 아들을 불러 빚 문서를 원래 소작농들에게 돌려주고 차용 증서도 불태우라고 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처음에는 놀랐지만 신뢰가 무엇인지 마지막까지 가르쳐주고 떠나는 그 가풍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돈을 갚을 사람은 담보가 없어도 갚고, 갚지 않을 사람은 담보가 있어도 안 갚으니 처음부터 믿음과 신뢰를 갖고 거래를 시작하라는 교훈을 최씨가 몸소 실천했다는 설명이다. 정 사장은 “믿음과 신뢰로 거래하는 경영풍토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씨 가문의 ‘400년 나눔경영’도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날 견학에 참가한 경영인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이상태 대구특수금속 사장은 6훈 중 하나인 ‘과객(지나가는 손님)을 후하게 접대하라’는 부분이 현재의 소통경영과 접목돼 있다고 평가했다. 잘 모르는 과객, 다시 말해 주변의 잠재적 소비자들을 잘 대접하고 후원한다면 궁극적으로 우호적인 여론과 좋은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예병원 경주시 최부자아카데미 팀장은 “동학농민운동 때 탐관오리와 부자들은 성난 농민들의 타도 대상이었지만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던 최부잣집은 안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부자 가문은 부를 권력화, 사유화하지 않고 사회와 이웃을 위해 사용했기 때문에 끝까지 존경받는 가문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주=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