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분당에 사는 유영진 씨는 65세다. 아침식사를 마친 뒤 30분 정도를 걸어 두뇌헬스클럽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치매 등 두뇌 노화를 막는 교육프로그램을 받는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켠 뒤 실버층을 위한 온라인 쇼핑몰인 ‘골드바이올린’에 접속한다. 이런저런 품목을 들여다보다가 카디건을 한 장 주문한다. 그 시간 동안 그의 움직임은 집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자녀들의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전송된다. 오후엔 다시 외출을 한다. ‘경영지원 비영리기구(NPO) 클럽’ 컨설턴트로서 지역 중소기업들에 경영자문을 해주기 위해서다. 현재 대기업 고위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유씨가 2020년께 접하게 될 생활의 한 단면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7일 ‘실버세대를 위한 젊은 비즈니스가 뜬다’라는 보고서에서 조만간 실버층에 속하게 될 베이비부머 세대의 5대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젊고 능동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5가지 사업이 급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선 1차(1955~1963년생)와 2차(1968~1974년생) 베이비부머 1300만명이 2020년부터 65세 이상 실버층으로 진입한다. 김정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실버층이 되면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이들이 소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33조원이었던 국내 실버산업의 규모는 10년간 14.2%씩 성장해 2020년에는 1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건강 △가족 △여가 △사회참여 △디지털라이프 등에서 5대 소비 트렌드를 도출해 제시했다. 새로운 실버세대의 경우 질병 예방은 기본이고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프로액티브 케어(사전 건강 돌봄)’ 사업이 뜰 것으로 전망했다. 정신적 안정을 추구하는 정신건강 테라피나 힐링 상품, 교감을 통해 위안을 제공하는 애완용 로봇, 두뇌헬스클럽, 항노화(앤티에이징) 상품 시장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가족 내에 효를 중시하는 가치관은 남아 있으나 실버층의 자발적인 독거로 인해 원거리 효도를 지원하는 사업도 부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원거리 안부 확인 서비스(파나소닉의 미마모리넷토)나 노인 생활 도움 로봇(NEC의 파레토)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보고서는 또 실버세대가 문화소외층에서 주류소비층으로 바뀌면서 이들이 주도적 참여자로 즐길 수 있는 산업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행과 교육을 결합한 미국의 ‘로드스칼러’ 프로그램이나 시니어올림픽으로 불리는 ‘시니어게임’ 등을 사례로 꼽았다.

또한 베이비부머 주축의 실버층은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려는 성향이 강한 만큼 사회 참여 비즈니스도 유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경험과 지식을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연계해주는 사업이다.

IT에 감성을 접목해 스마트 실버층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업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온라인쇼핑몰, 실버층을 겨냥한 태블릿PC용 애플리케이션 ‘실버서프’ 등이 좋은 사례다. 김 수석연구원은 “고령화 추세를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선제적 마인드를 통해 미래 유망사업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