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간 연료전지차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부문 글로벌 선두 주자 자리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7일 개막한 ‘2012 파리모터쇼’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사진)의 양산형 모델을 공개하고 자동차 메이커 중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차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올 12월부터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다. 2015년까지 유럽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1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2015년 이후에는 그동안 구축해온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및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 상용화를 추진해 연간 1만대의 생산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차세대 친환경차로 주목받는 수소연료전지차 분야는 현대차는 물론 독일 다임러와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메이커들의 기술 각축장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 업계 최초로 양산체제를 구축하며 연료전지차 경쟁에서 한발 앞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의 정부기관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리스 형태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점차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시 관용차량으로 투싼ix 연료전지차 15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스웨덴 스케인주 관용차로 두 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순수한 물만 배출하는 무공해 차량으로 1회 수소 충전으로 최대 588㎞(NEDC 유럽 연비 시험 기준)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60㎞다. 독자 개발한 100㎾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2탱크 수소저장 시스템(700기압)이 탑재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시동이 걸리고 NEDC 유럽 연비 시험 기준으로 100㎞를 주행하는 데 0.96㎏의 수소만 사용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해 120여개 국내 부품사와의 기술개발 협력을 통해 핵심 부품의 95% 이상을 국산화하는 등 독자 기술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했다.

현대차는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유럽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 중이다. 지난해 1월 ‘북유럽 4개국 연료전지차 시범보급 MOU’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해 2월 ‘독일 클린에너지 파트너십 참여 MOU’ △지난해 5월 ‘덴마크 코펜하겐 연료전지차 보급 협력 MOU’ △올해 5월 ‘노르웨이 하이옵사 연료전지차 보급 협력 MOU’ 등을 잇따라 맺었다. 작년 10월에는 유럽연합(EU) 의회 의원 시승용 연료전지차 공급업체로 단독 선정됐다. 같은해 11월에는 북유럽 2개국 연료전지차 시범운행 사업자로 참여, 유럽 지역에서 총 7대의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시범운행 중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