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입과 지출이 일치하는 ‘균형재정’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30% 미만’ 달성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1년씩 늦췄다. 경기침체로 세수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경기부양과 각종 복지 재원 확충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린 결과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과 함께 25일 발표한 ‘2012~2016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보면 균형재정 여부를 측정하는 관리재정수지는 내년에 4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당초 2000억원 흑자 목표에서 5조원 정도 후퇴한 것이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분을 제외한 결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정부는 “4조8000억원 적자는 GDP의 -0.3% 정도로 사실상 균형재정 기조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당초 “내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공언과는 거리가 있다.

균형재정 목표가 빗나간 것은 내년 재정수입이 373조1000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2조6000억원 덜 걷히는 반면 재정지출은 342조5000억원으로 6000억원 늘어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예년보다 세수 등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초 경제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하는 바람에 재정수입 목표가 처음부터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다만 2014년부터 균형재정 기조가 정착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관리재정수지가 2014년 1조원, 2015년 2조2000억원, 2016년 8조3000억원 흑자로 계속 불어난다는 것이다.

올해 34%인 국가부채 비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는 시점은 2015년(29.9%)으로 예상됐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목표시점인 2014년보다 1년 늦어졌다. 정부는 현재 국가부채 비율이 미국(97.6%), 일본(211.7%), 독일(86.9%) 등 선진국보다 양호하지만 경제 위기와 복지 수요 급증, 남북 통일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가부채 비율을 30% 밑으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 위기로 국내외 경기침체가 장기화돼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돌면 목표 달성 시점이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국가재정 운용계획에는 4년 후 한국 사회의 분야별 모습이 지표로 표현됐다. 국·공립 어린이집 등 공공보육시설에 다니는 영·유아 수는 올해 19만2000명에서 2016년에는 40만명으로 두 배 늘어난다. 10인 미만 사업체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309만명에서 405만명으로 증가한다. 초·중등 교사 1명당 학생 수는 20명에서 17명으로 줄어들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1100만명에서 1500만명으로 껑충 뛴다. 발전설비가 7984만㎾에서 9870㎾로 늘고 고속철도 길이는 369㎞에서 657㎞로 연장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