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자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한 이후 24년 만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가입자 확대정책과 노후 보장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경제활동인구 2590만명 중 77.2%가 국민연금의 우산으로 들어온 것이다.

의무가입 대상이면서도 보험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연금 사각지대도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100만명 증가에 2년도 안 걸려

2일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07만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시간강사 등 중복 가입자가 포함돼 있지만 국민연금 월별 집계상 2000만명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8월 1900만명을 돌파한 이후 22개월 만에 100만명이 증가하며 국민연금 가입자 2000만명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민연금의 인기는 가입자 증가 속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9년 도시 자영업자를 국민연금에 가입시킨 후 1640만명에서 1700만명으로, 이어 1800만명으로 증가하는 데 각각 4년이 걸렸다. 다시 1900만명으로 증가할 때는 3년이 필요했지만, 2000만명 돌파에는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조성규 국민연금공단 가입자 관리담당 부장은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다른 연기금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신뢰성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세계적 연기금을 웃도는 6.0%를 기록했다.

◆50대 가입 비율 사상 최고

국민연금 2000만명 돌파의 주역은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다. 대부분 50대인 이들은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노후 대책이 어떤 세대보다 절실하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50대의 절반가량이 노후 생활자금 마련을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가 노후 보장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택했다.

1900만명을 돌파한 2010년 8월 이후 100만명이 증가하는 동안 50대 가입자 수는 424만명에서 493만명으로 늘었다. 전체 증가분의 70%가량을 50대가 담당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30대와 40대는 각각 13만명, 34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의무가입 대상이면서도 그동안 소득신고를 하지 않던 50대 자영업자들의 가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50대의 국민연금 가입비율은 2009년 21.3%에서 최근 24.6%로 높아졌다.

성별로는 여성의 증가세가 압도적이다. 100만명이 증가한 22개월 새 여성 가입자는 733만명에서 833만명으로 늘었다. 금융회사에 다니는 50대 초반 정모씨는 “노후는 걱정되는데 수익률이 괜찮은 상품을 찾기 힘들었다”며 “부인에게 비교적 믿을 만한 국민연금에 가입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2007만명 중 직장 가입자는 1127만명, 지역 가입자는 853만명이었다. 또 주부와 학생 등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데도 가입한 임의 가입자는 2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가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지만 최근 늘어난 100만명 중 13만5000명이 임의 가입자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연금 사각지대도 빠르게 해소

2007만명 가운데 실제로 보험금을 내는 소득신고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소득신고자는 1547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1498만7000명보다 48만8000명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 후 보험금을 내지 않는 납부 예외자는 459만명 선으로 줄었다.

2009년 27.1%에 달했던 납부 예외자는 최근 22.9%까지 감소했다. 납부 예외자는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뜻하기 때문에 연금 발전에서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 지난해 소득신고자가 86만명이 늘면서 납부 예외자가 처음 감소한 이후 사각지대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