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억 원 규모의 주스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농축액을 희석하거나 믹서기로 갈아 만드는 기존 주스 제품과 달리 생과일을 그대로 짜는 착즙 방식 주스가 인기다.

생과일 착즙음료는 한방울의 첨가물도 없이 과일 만으로 만든다. 가격은 기존 주스 제품보다 2~3배 비싸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을 고려한 제품을 구입하는 20·30대 '스마트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착즙음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체 주스시장에서 상온 유통 방식의 농축 주스는 3200억 원, 냉장 유통 방식의 농축 주스는 1300억 원대 규모다. 이중 생과일 착즙 음료 시장은 100억 원 선에 불과하지만 매년 100%씩 성장하고 있다.

풀무원이 가장 먼저 착즙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풀무원은 2007년 '100% 과일로 만든 진짜 과일 음료'를 표방한 '아임 리얼'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매년 30%대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전국 백화점 식품매장 내 전체 냉장주스 중 31.4%의 점유율을 기록, 냉장주스 카테고리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아임 리얼은 건강을 지향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맞는 제품" 이라며 "올해는 기세를 몰아 매출 3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회사는 현재 딸기, 토마토, 그린키위, 망고 등 10종의 아임 리얼 제품(190㎖ 3600원)을 판매중이다. 올 하반기에 신제품을 추가해 1위 입지를 굳힐 계획이다.

풀무원에 이어 CJ제일제당과 스타벅스도 올 상반기 생과일 착즙 음료 시장에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착즙 음료 '스퀴즈 오렌지'와 '스퀴즈 오렌지 크랜베리'를 내놨다. 가격은 200㎖ 한 병에 3500원으로 비싸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주요 백화점에서 하루 평균 300병 넘게 팔리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착즙 음료는 초고압 비가열 방식으로 기존 가열처리한 주스와 달리 생과일의 신선함과 영양을 그대로 담은 것이 특징" 이라며 "기존 주스시장의 소비 트렌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자체 브랜드 착즙음료 6종(190㎖ 3800원)을 출시한 후 기존 매장에서 판매하던 '아임 리얼' 제품을 뺐다.
생과일 착즙음료의 인기는 '웰빙'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프리미엄 제품을 소비하는 '스마트 싱글족'이 늘어난 것.

커피전문점에서 생과일주스를 접해본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인기 이유 중 하나다.

주스시장은 음료 품목 중 많은 변화를 겪어온 시장으로 꼽힌다. 1970~1980년 대엔 상온 유통 농축주스가 주스시장을 선도했다. 1990년부터는 냉장유통 농축주스가 인기를 끌었다. 농축주스란 과일을 착즙해 농축한 뒤 물과 액상과당 등의 첨가물을 넣은 주스다.

업계 관계자는 "주스시장에 생착즙 방식의 새로운 주스가 탄생함에 따라 주스 소비의 패러다임이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