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을 완전히 구제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전면 구제금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9일 영국 경제전문 싱크탱크인 오픈유럽의 보고서를 인용, “스페인을 전면 구제하는 데 드는 돈이 6500억유로(약 907조원)로 추정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정치적·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보도했다.

오픈유럽은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필요한 자금은 총 6500억유로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2015년 5월까지 정부 구제금융에만 5420억유로가 들어가고, 은행 구제에 1000억유로, 지방정부 구제에 200억유로가 필요할 것으로 계산했다. 이는 유로존이 상시 위기대응 기구로 준비 중인 5000억유로 규모 유로안정화기구(ESM)의 대응 역량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다.

라울 루퍼렐 오픈유럽 경제조사부문장은 “1000억유로 규모의 은행 지원만으로 스페인을 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그렇다고 6500억유로 전부를 지원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정부에 1500억유로 정도를 추가 지원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 등으로 도와주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효과는 불충분할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도 슈테판 홈부르크 라이프니츠대 교수의 조사자료를 인용,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될 경우 ESM 규모도 계속해서 커질 수 있다”며 “ESM 내 독일 분담금이 1900억유로에서 7000억유로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 구제금융 규모가 끝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는 재정위기 시발점인 그리스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유로존은 △1·2차 그리스 구제금융(2400억유로)과 △ECB의 그리스 국채 매입(450억유로) △그리스 국채 탕감 조치(1000억유로) 등을 통해 총 4350억유로를 그리스에 투입하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독일 일간 디벨트는 “그리스 경기침체 탓에 2020년까지 300억유로를 추가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 재정위기 불안이 이어지면서 각국 정부도 비상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30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를 잇따라 만나 해법을 논의한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와 드라기 총재도 별도 면담을 갖고 ECB의 유로존 국채 매입 등을 상의한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독일은 이제 유로존을 구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