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체감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월 전망치가 82.7로 나타났다고 29일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 3월(76.1) 이후 최저치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인이 긍정적으로 보는 이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전망치가 크게 낮아진 것은 유럽 위기가 독일 등 핵심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와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월 실적지수(82.1) 역시 2009년 2월(62.4) 이후 가장 낮았다.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가능성 등 유럽 재정위기 심화와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부진이 반영된 결과라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내수 침체도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8월 전망치를 부문별로 보면 고용(101.1)을 제외한 내수(88.1), 수출(93.5), 투자(97.0), 자금사정(91.4), 재고(107.0), 채산성(87.2)이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업종별로는 경공업(83.3), 중화학공업(79.1) 등 제조업(80.1)과 서비스업(86.1)이 모두 부진할 것으로 조사됐다.

7월 실적치는 내수(93.0), 수출(93.2), 투자(97.7), 자금사정(93.0), 재고(107.7), 채산성(87.7)은 부진했지만 고용(102.5)은 호전됐다. 경공업(81.9), 중화학공업(78.7) 등 제조업(79.4)과 서비스업(85.7) 모두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유환익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유럽 재정위기가 최근 들어 더욱 강도를 더하면서 유럽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의 성장 둔화와 미국의 경제지표 악화 등의 여파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