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생산거점을 둔 기업 중 국내로 ‘유(U)턴’할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규제와 정부의 지원 부족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대기업 때리기’ 일변도의 경제민주화 바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1000개 기업 가운데 해외사업장을 가진 274곳(146개사 응답)을 온라인과 팩스로 설문조사(6월18~29일)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발표했다. 146개사 가운데 ‘국내 유턴을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한 기업은 1곳에 불과했다.

유턴 계획이 없는 기업은 대부분 현 생산거점을 유지(54.1%) 또는 확대(32.2%)하겠다고 응답했다. 기존 해외 생산거점에서 철수해 제3국으로 진출하겠다는 기업은 12.3%였다. 제3국 진출 고려대상 지역으로는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낮은 동남아시아(36.3%)와 아프리카·중남미(29.4%) 등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내 유턴을 촉진하려면 기업경영 규제, 공장설립 규제, 적합업종 강제화 등 각종 규제 해소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이 47.6%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세제지원 확대(29.7%), 시설 및 운전자금 지원(15.9%), 공장부지 지원(4.8%) 등도 주요 해결과제로 제시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의 9.6%는 ‘앞으로 국내 사정이 나아지거나 현지 사정이 나빠지면 국내 유턴을 고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들 기업은 향후 국내 복귀를 고려하는 이유로 해외 경영환경 악화(72.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자유무역협정(FTA) 관세혜택을 기대하는 기업이 11.1%였다. 정부 지원과 각종 규제 해소 때문에 국내로 복귀하겠다는 의견은 5.6%에 그쳤다.

한선옥 전경련 산업정책 팀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 기업경영을 제한하는 각종 법률들을 제출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각종 규제가 해소되고 정부 지원이 늘어나면 더 많은 기업들이 유턴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