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4대강 살리기 사업’ 턴키(설계시공 일괄수주) 공사에서 서로 짜고 사업구역을 임의로 나눠서 입찰한 12개 건설사에 과징금 1115억원을 부과하면서 담합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건설사들은 “4대강 공사는 적자공사인 데다 건설사들은 여야 정치싸움의 희생양”이며 “담합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담합은 수십년의 질긴 역사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건설사가 새로 발주될 공사사업 인근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공사 수행 실적이 있을 경우 관련 해당 업체가 차지하도록 한다는 이른바 ‘연고 관행 기준’을 내세운 담합이 성행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공공공사에 최저가낙찰제가 확대 도입되면서 담합이 크게 줄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건설업계 순위(시공능력평가) 100위 내 1군 건설업계에는 속칭 ‘연고권’이라는 게 존재했다. 토목·건축공사가 발주되는 현장 인근에 도로 공사를 수행했거나 땅이 있으면 일종의 우선권인 연고권을 주장한 것. 다른 업체들은 고가로 입찰에 참여해 연고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관행이었다.

전직 대형 건설사 수주담당 임원은 “옛날에는 수주 담당자들이 다들 수시로 만나 식사도 하고 친구처럼 지냈다”며 “이번 입찰에 수주 못하더라도 다음번에 도와주는 ‘기브앤드테이크(give&take)’가 가능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 때 건설사 담합 관행에 대한 철퇴가 내려졌다. 국가예산을 좀먹는 담합 근절을 위해 대형 건설사 영업본부장의 비리를 수사해 단죄했기 때문이다. 이후 담합은 심각한 불법행위라는 경각심이 높아져 크게 줄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김진수/김보형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