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금리 담합여부 놓고 국회서 격돌…공정위 vs 금융당국 '한쪽은 치명상'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담합 조사에서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언론이 너무 앞서가는 데 대한 해명이라고 하지만 이번 조사가 금융권 전체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 적잖이 부담을 느끼고 ‘속도 조절’에 나섰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제로섬 게임에 놓인 공정위

공정위가 CD금리 담합 조사에 대해 “확인되거나 밝혀진 사실은 ‘전혀’ 없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공정위는 조사 진행 사실 확인조차 피해온 게 사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언론 보도가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2~3개월 안에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며 조사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 해명은 공정위가 ‘CD금리 담합 조사’에 대해 부담스런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조사의 여파가 당초 예상과 달리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내부적으로 상당히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CD금리 담합여부 놓고 국회서 격돌…공정위 vs 금융당국 '한쪽은 치명상'
공정위가 ‘CD금리 담합’ 혐의를 사실로 밝혀낼 경우 금융권은 초토화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의 도덕성도 치명타를 입게 된다. 또한 담합을 강력히 부인한 최고경영자(CEO)들의 줄사퇴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금융회사가 서민을 등쳐 이자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날 경우 금융당국의 책임론과 함께 정권 말기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거꾸로 공정위가 제대로 혐의사실을 밝혀 내지 못할 경우 공정위의 ‘존폐’ 여부가 도마위에 오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계 검찰이라는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로 금융시장의 혼란과 신뢰도 추락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장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태가 확산되면서 공정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 당국자 담합의혹 부인

금융당국자들은 잇달아 담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CD금리의 담합 여부와 관련한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담합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19개 은행·증권사를 상대로 한 조사에 금융당국 수장이 담합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하루 전 “(공정위가) 독단적으로 나가면 중구난방이 된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리를 보인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금리가 자유화돼 있고 자기들(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정할 수 있는 마당에 시장지표를 갖고 조작해 얻을 이익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금융투자업계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단정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며 공정위의 일방적 조사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은행이 CD금리 조작을 주도했을 가능성에도 “자금조달 부서가 CD 발행을 담당하는데 굳이 금리를 높여서 조달 비용을 비싸게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담합 배경에 의문을 표했다.

이날 국회에서 CD 관련 대정부 질문을 받은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금융회사의 자진신고 여부에 대해 “현행법상 조사 중인 건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확인을 피했다. 김 위원장은 문제가 된 자금부서장간담회에 대해서는 “(자금부서장간담회)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91일물 CD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 내린 연 3.21%에 마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이후 4일 연속 하락했다.

서정환/이태훈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