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장을 증설한 기업에 주목하라. 업황이 좋을 때 생산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실적은 개선된다.”(신한금융투자)

“불황 때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기업보다는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기업이 낫다.”(한국투자증권)

지지부진한 장세가 지속되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알짜 중소형주’에 쏠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 움직임에 자유롭기 힘든 대형주와 달리 ‘몸이 가벼운’ 중소형주는 실적만 받쳐주면 약세장에서도 쉽게 상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외국인 매도 폭탄’ 영향도 대형주에 비해 적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이런 점을 감안, 약세장에서도 빛을 발할 ‘알짜 중소형주’를 앞다퉈 추천하고 있다.

◆1등이거나 새로운 활로 찾거나

신한금융투자는 17일 ‘위기에도 투자 대상으로 삼을 만한 기업’을 추천했다. 엘엠에스 OCI머티리얼즈 동성하이켐 등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승승장구했던 중소형주들의 특징을 분석한 뒤 요즘 증시에서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들을 선별했다.

신한투자는 과거 경험상 불황을 이겨낼 알짜 중소형주라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 △시장 변화에 맞는 변신 △공장 증설 △대체시장 진출로 외형 확장 등 4개 조건 중 1개 이상은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레이저마킹 및 엔드밀 시장에서 각각 ‘글로벌 넘버1’ 자리를 꿰찬 이오테크닉스와이지-원은 첫 번째 기준에 해당한다. 코스모화학은 이산화티타늄 생산업체에서 황산코발트 제조업체로 변신한 케이스다. 반도체용 고순도 특수가스 생산업체인 원익머티리얼즈와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에 들어가는 블루필터를 제작하는 옵트론텍은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제때 공장을 증설한 사례로 꼽혔다. 폴리우레탄 합성피혁을 만드는 백산은 납품처를 나이키 등 운동화 업체에서 자동차, 전자업체로 넓히는 등 적절한 대체 시장을 찾은 덕분에 ‘유망주’ 대열에 끼었다.

이주영 신한증권 스몰캡팀장은 “이런 조건을 갖춘 기업들은 웬만한 외풍에는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내실이 탄탄하다”며 “보유기간을 길게 잡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홀로 시장 개척’ 기업 주목

한국투자증권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협력업체 주식’보다는 자기 브랜드를 내걸고 직접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나홀로 중소형주’가 불황기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휴비츠 수산중공업 우노앤컴퍼니 인터로조 와이지-원 등이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교보증권이 추천한 오스템임플란트와 씨티씨바이오도 자기 실력으로 국내를 평정한 뒤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부류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 가격, 생산 수량, 투자 여부 등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지만 대기업 협력사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며 “대기업 요청에 따라 무리한 투자를 할 수도 있고 엄청난 재고를 떠안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반대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잘나가는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을 추천주 리스트에 올렸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솔브레인과 덕산하이메탈, 스마트폰 부품업체인 자화전자와 디지탈옵틱, 자동차 협력업체인 평화정공, 에스엘, SJM 등이 ‘낙수 효과’를 누릴 종목으로 꼽혔다.

장정훈 삼성증권 스몰캡팀장은 “증시 조정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대형주보다는 알짜 중소형주 위주로 시중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가 많이 떨어진 중소형주 가운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