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이 LG로 유출되는 과정에서 같은 팀에 있던 삼성 연구원의 절반 이상이 LG로 옮기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내부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썼지만, 경찰과 검찰의 수사로 원하던 자리도 얻지 못하고 법정에 서게 됐다.

수원지검 형사4부는 지난 4월 경찰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 받아 삼성과 LG 간의 OLED 기술유출 사건에 가담한 11명을 산업기술유출방지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소 대상은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연구원 6명과 LG디스플레이 임직원 4명, LG 협력업체 임원 1명 등이다. 기술유출 사건에 연루된 법인도 함께 처벌하는 양벌 규정에 따라 LG디스플레이와 협력업체 한 곳도 약식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주범인 삼성디스플레이(당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설비개발팀장 조모씨는 2010년 10월 회사를 그만뒀다. 조씨와 함께 일한 15명의 팀원 중 8명가량이 조씨 편에 섰다. 이들은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로 옮기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조직 운영 등을 두고 고위 임원과 갈등을 겪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삼성 관계자는 “LG 측에서 먼저 임원직과 고액 연봉으로 유혹해서 연구원들이 이직했다”고 설명했다.

OLED 시험생산 설비를 만드는 데 깊숙이 개입한 조씨는 전직 제한 규정에 걸려 곧바로 LG로 옮기지 못하고 작년 5월부터 12월까지 부하직원 5명이 순차적으로 LG로 이직했다. 올 2월 나머지 2명의 연구원도 LG로 가려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면접 과정에서 뜻을 접었다.

이들은 수사에 대비해 국내 이메일 대신 수사당국이 접근할 수 없는 G메일만 이용했다. 노트북보다 숨기기 쉬운 USB에만 자료를 담았고 종이 문서도 남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3개월 넘게 계속됐다.

검찰은 이들이 LG에 넘긴 기술 자료를 결정적 증거로 확보했다. LG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삼성과 OLED 기술 방식이 달라 삼성 연구원들로부터 받은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LG OLED 전략 담당 임직원 2명이 이번 사건의 주범인 조씨로부터 삼성 OLED 기술 자료를 건네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새롭게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LG는 기술을 빼내지 않았다고 하지만 삼성의 기술 개발 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