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1일 공개한 ‘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 및 지분구조’ 자료는 환상형(環狀形) 순환출자구조를 갖고 있는 대기업집단이 타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출자구조가 여전하다”며 “총수가 소수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의 경영을 좌우하고 있다”며 자료 공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63개 상호출자제한 집단 중 계열회사 간 환상형 순환출자로 묶인 15개가 대상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동부, 대림, 현대, 현대백화점, 영풍, 동양, 현대산업개발, 하이트진로, 한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재계는 그러나 공정위의 이 같은 인식은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간과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결과는 상장사의 총자산수익률(ROA)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 1491개의 ROA는 3.46%인 반면 순환출자 상위 10개 기업집단의 ROA(금융사 제외)는 5.29%로 1.5배를 웃돈다.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순환출자 기업집단들의 성과가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ROA는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누어 얻어지는 수치로 특정 기업이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순환출자 상위 10개 기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32조9200억원으로 상장사 전체 당기순이익(47조6657억원)의 3분의 2가 넘는 69.07%에 달할 정도로 경영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대기업 집단 소속 관계자는 “공정위 자료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효율적 경영체제로서 순환출자구조의 불가피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상형 순환출자가 위법이 아닌데도 공정위가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두 회사가 상대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직접상호출자는 금지하고 있지만 3개 이상의 회사가 간접적으로 출자하는 형태의 환상형 순환출자는 허용하고 있다. 출자총액상한선을 뒀던 출자총액제한제도 2009년에 폐지됐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순환출자기업집단으로 거론되는 삼성의 경우 과거 정부에 의해 정책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큰데도 공정위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