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못지않은 불황 속에 긴축 경영을 하면서 새 성장동력을 찾는다.’

한국경제신문이 26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하반기 경영전략은 이같이 요약할 수 있다. 기업들은 하반기에 통상적인 어려움 이상의 ‘위기’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투자를 줄이고 인력 감축을 고려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기 수준의 불황 올 것”

응답 기업의 90% 이상이 하반기 중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원인으로는 89.2%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을 꼽았다. 그리스에 이어서 스페인까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유럽 상황이 문제라고 대답했다. 서종수 CJ그룹 경영연구소 상무는 “최대 애로점은 유럽 재정위기가 언제 해결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침체를 꼽은 답변은 8.1%였다.

하반기 긴축 경영에 나서겠다는 곳이 80% 이상인 것은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위기 속에서도 도약을 위한 공격적 경영을 하겠다는 응답은 10.8%에 그쳤다. 이철상 대우조선해양 전무는 “현재까지는 연초 세웠던 경영 목표를 밀고 나가고 있지만 유럽 사태가 더 길어지면 계획을 수정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한파 부나

하반기에 해외 투자 사업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응답은 40.5%에 달했다. 아예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곳도 10.8%나 됐다. 다만 전체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서는 작년 하반기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67.6%로 가장 많았다. 줄이겠다는 응답은 16.2%였다. 해외 투자를 할 여력은 안 되지만 새로운 성장 기반 확보를 위해 전년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상당했다.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32.4%로 가장 많았다. ‘지금은 아니지만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답변도 16.2%나 됐다.

그러나 유사 계열사 통합 등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91.9%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간 진행되면서 이미 상당 부분 사업 슬림화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게 응답 기업들의 설명이다.

박우신 호남석유화학 상무는 “하반기에도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비용을 줄이고 공장 가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등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홍진 효성 전무는 “재무안정성을 강화하고 현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은 업종별 차별화

어려움 속에서도 하반기 경영계획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응답이 많았다. 전년 하반기와 실적이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이 37.8%,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도 35.1%나 됐다. 줄어들 것이라는 대답은 27.1%였다.

하반기 수출은 다소 줄 것이라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늘 것이라는 응답은 34.3%였다. 자동차나 전자 등 일부 업종의 호황과 조선 철강 기계 등의 불황이 설문조사 결과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석화 LG디스플레이 경영기획 상무는 “효과적인 시장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유럽 위기의 영향을 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설문 참여 기업

금호석유화학, 기아자동차,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 동국제강,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CJ, CJ제일제당, 아시아나항공, SK이노베이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전자, OCI, GS칼텍스, 코오롱인더스트리, 포스코, 한진해운, 현대모비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호남석유화학, 효성 (가나다 순)

서욱진/김대훈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