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경기부진 장기화하면 신용대출 문제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들어 가계대출 연체율의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은행들이 대출관리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재는 15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과의 금융협의회'에서 "올해 들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은이 전했다.

이에 대해 은행장들은 "집단대출 연체율 상승은 신규아파트 입중 관련 분쟁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갈등이 조정되면 추가로 연체율이 악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은행장들도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물 위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장들은 "경기 부진이 오래가면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신용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 총재는 협의회 시작 직후 미국 백악관이 JP모건체이스의 대규모 투자 손실을 계기로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이 글로벌 금융규제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총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의 지난 13일 국회 증언을 거론하며 "제이미 다이먼이 증언한 자료를 읽어보면 왜 그런 문제가 생겼고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에 대한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다이먼은 `볼커룰'에는 찬성하지 못하면서도 `프랍트레이딩' 계정에 대한 규제가 있었으면 손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앞으로 규제는 그런 형태로 발전할 개연성이 커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앞서 제이미 다이먼은 미 상원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20억달러 규모의 투자 손실을 낸 데 대해 사과하는 증언을 했다.

볼커룰이란 상업은행이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기자산이나 차입금으로 채권과 주식,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말한다.

프랍트레이딩은 투자은행이 여유자금을 직접 투자하는 자기매매를 일컫는다.

미국 백악관은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투기적 거래를 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재무부와 논의하는 상태다.

이어 김 총재는 "우리가 만들어 낸 제도가 복잡해 사람의 머리가 못 쫓아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시아와 유럽, 미국간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 차이가 크다"며 "규제를 적용해야 하지만 (규모가 작은 곳을) 뺄 수도 없어서 국제적으로 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워낙 시장이 작아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중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총재는 "협의회에 참석한 행장들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판단하면서 가야 한다.

금융 쪽에 계신 분들이 더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협의회에는 KB국민 민병덕, 우리 이순우, 신한 서진원, 중소기업 조준희, 하나 김종준, 외환 윤용로, 한국씨티 하영구, 스탠다드차타드 리처드 힐 은행장과 수협 이주형 대표이사가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기자 gija00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