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인간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의미하는 말이다. 평균수명은 길어졌지만 경제적인 준비가 덜 된 채 은퇴를 맞이해야 하는 50~60대 연령층에게는 노후생활이 두렵기만 하다. 50세 후반에 정년 퇴직해도 은퇴 후 40년 이상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에 ‘장수 만세’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장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장 근심이 많은 연령층은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73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중 60% 정도가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채 퇴직했거나 할 것이라는 게 전문조사 기관의 추정이다. 은퇴 세대의 자산관리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내집 마련하랴, 자녀 교육하랴, 부모 봉양하랴 한평생을 살며 재산을 모을 기회가 많치 않았던 이들에게 자산관리란 부자들에게나 적용되는 부자연스러운 말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자산관리는 필수다. 자신의 수명보다 자산이 더 빨리 없어지는 ‘장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가 이해하기 쉽게 은퇴 대비 자산관리 요령을 입문편-실전편-응용편으로 나눠 살펴봤다.

'평생 현역' 힘들다면 '평생 월급'은 내 손으로…

# 입문

○당장 증권사에 가서 은퇴설계를 받자

미지의 세계를 가려면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하듯이 은퇴 준비 또한 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은퇴 준비의 첫 단추는 제대로 된 은퇴설계에서 시작된다는 얘기다.

흔히 은퇴설계라 하면 부자들만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상속 및 세금 컨설팅, 부동산 투자 서비스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노쇠해지듯 부의 크기와 상관없이 은퇴설계가 필요하다.

자산관리 측면에서 은퇴설계란 기대여명에 맞춰 은퇴 후 원하는 월 생활비를 충족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부족하다면 이를 어떤 투자 방식으로 마련할 것인지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은퇴자금 규모를 알고 싶다면 가까운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해 은퇴 준비에 필요한 진단을 먼저 받아봐야 한다.

# 실전

○평생 현역이 아니라면 평생 월급이라도 만들자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 현역’이란 말이 있다. 평생 현역은 모두의 바람이긴 하지만 선택받은 사람들의 몫이다. 평생 현역의 의미를 또박또박 나오는 월급으로 생각해 본다면 ‘평생 월급’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누구라도 실천에 옮길 수 있다.

개인에 따라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보통 퇴직 전 소득의 60~70% 이상을 유지해야 은퇴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예를 들어 퇴직 전 월급을 500만원 수령했다면 은퇴 후 300만원 상당의 평생 월급을 마련하면 된다. 그럼 평생 월급 300만원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자.

은퇴 준비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연금이다.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이뤄진 ‘연금 3총사’가 평생 월급의 재원이 될 것이다. 우선 예상 월 은퇴 소득을 점검한다.

국민연금은 얼마 정도 수령하는지 체크하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수령 시점과 예상액을 점검해야 한다. 기대수명이 100세로 늘어났음에도 대다수 기업의 평균 은퇴 연령은 55세다. 반면 국민연금 수령은 만 60세부터 가능하다. 그나마도 2033년부터는 65세로 늦춰진다.

우스갯소리로 은퇴 후 공적연금 수급까지 공백기를 ‘신종 보릿고개’라고 부를 정도다. 따라서 은퇴 직후 연금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연금 3총사’에다 월 지급식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보다 공고히 노후자금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부동산 자산 비중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은퇴 자산 관리의 가장 기본은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이다. 한국의 가계자산은 부동산이 73.6%, 금융자산이 23.3%, 나머지 기타로 이뤄져 부동산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거 부동산이라도 주거공간을 줄이거나, 집값이 낮은 지역으로 이사해 평생 월급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부동산 축적’에서 ‘부동산 현금화’로 대변되는 고령화 시대에 순응하는 전략이다.

'평생 현역' 힘들다면 '평생 월급'은 내 손으로…

# 응용

○자산을 리밸런싱해 늘 싱싱하게 만들자

고금리, 고성장 시대에는 은행 예금에 계속 적립만 하거나, 부동산 투자만으로 ‘돈이 돈을 벌어주는’ 참 단순한 방식으로도 자산 형성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자산 형성 방식이 과거에 비해 매우 복잡해졌다. 고민할 것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이들수록 현명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재무관리자를 금융생활의 동반자로 사귀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은퇴를 목전에 둔 사람들의 자산관리는 자산 증식과 관리가 동시에 이뤄지는 시기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은퇴를 앞둔 50대라고 하더라도 늘어난 수명을 고려하면 아직 4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 적어도 자산의 30% 정도는 자산 증식을 위한 공격적인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한쪽으로 치우친 자산이 있다면 단계적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고려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평생 현역' 힘들다면 '평생 월급'은 내 손으로…
무엇보다 50대는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를 시작해야 할 시기다. 질병에 대한 발병 확률이 높아지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관점에서도 최소한의 보장성 보험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

자산을 용도에 따라 명확히 구분해 관리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전략이다. 노후에 필요한 은퇴 준비 자금용과 자녀 결혼비용, 유학자금, 사업자금 등을 구분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은퇴자산은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 관리해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노후자금을 보존할 수 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부 부장 eddypark@truefrien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