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미시간 공장, 주문 밀려들어 여름 2주 휴가 벌써 반납
미국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30분가량 달리자 지독한 냄새가 차량 틈새로 스며들었다.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잡은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뿜어나오는 매캐한 냄새였다.

다운타운으로 이어지는 85번 지방도 주변에는 낡은 건물과 함께 포클레인, 덤프트럭이 자주 띄었다. 자동차 산업의 부활에 맞춰 건물 임대가 늘어나고 재건축이 활기를 띠는 모습이었다.

다운타운 입구 오른편에 하얀색 새 건물이 확 들어왔다. 크라이슬러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랜드체로키와 듀랑고의 모듈부품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 미시간공장. ‘쉬이잉~~.’ 컨베이어 벨트와 로봇이 쉴새없이 움직이며 공장의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박진우 법인장은 “직원을 더 뽑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자동차 회사와 부품업체들이 설비를 확충하면서 엔지니어 스카우트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 법인장은 “디트로이트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엔지니어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최근엔 핵심 엔지니어 두 명이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봉을 올려주고 승진시켰다”고 전했다.

현대모비스 미시간공장은 그랜드체로키와 듀랑고에 ‘프런트&리어 섀시 모듈(앞·뒷바퀴 축)’과 ‘프런트&리어 쇼크 어셈블리(충격흡수장치)’를 공급하는 모듈 공장이다. 2010년 5월 가동을 시작했다. 290여명의 직원들은 올여름 휴가를 반납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그랜드체로키를 생산하는 크라이슬러 디트로이트공장이 올여름 2주일간의 공장 휴무를 없애고 계속 가동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크라이슬러-피아트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내년에 계획했던 3교대를 올 11월로 앞당길 예정”이라며 “3교대제 도입을 위해 11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공장은 보통 여름 휴가시즌에 설비 수리와 라인 교체 등을 위해 1~2주일간 멈춘다. 이 기간에 맞춰 부품업체도 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여름 휴무를 없애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미국 자동차 산업이 호황기에 진입했다”고 30일 보도했다.

현대모비스가 크라이슬러에 모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6년 8월. 디트로이트에서 남쪽으로 1시간여 떨어진 크라이슬러의 오하이오주 털리도공장 옆에 ‘컴플리트 섀시 모듈’ 공장을 짓고 납품을 시작했다. 크라이슬러의 베스트 셀링카 가운데 하나인 지프 랭글러에 공급하는 컴플리트 섀시 모듈은 엔진 변속기 구동축 등 차체의 60%가량을 차지한다. 현대모비스가 랭글러의 절반 이상을 만드는 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크라이슬러가 파산위기에 처할 때도 랭글러는 꾸준히 팔려나갔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는 “랭글러가 섀시 모듈 형태로 생산되면서 품질이 크게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의 기술력을 인정한 크라이슬러는 2009년 9월 현대모비스와 20억달러 규모의 부품계약을 맺었다. 현대모비스의 해외 매출로는 사상 최대였다. 계약 후 8개월 만에 디트로이트공장을 완공하고 납품을 시작했다. 박 법인장은 “오하이오공장에서 번 이익금만으로 디트로이트공장에 투자했다”며 “북미공장은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전략의 전초기지”라고 강조했다.

털리도·디트로이트=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