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K본부장은 외부강연에 나갈 때마다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K본부장은 “재테크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며 “그게 바로 직장생활에 충실해서 성공하는 ‘직(職)테크’”라고 강조한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신경 쓰느라 자칫 직장업무에 소홀했을 경우와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덜 신경 쓰더라도 회사 생활에 전념했을 경우를 비교하면 후자가 더 낫더라는 것이다. 물론 직장생활과 재테크 모두 성공하면 금상첨화다.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월급쟁이로서 밤낮없이 일한다. 아내한테 재테크를 맡겨두거나 주말에 부동산투자 정보를 알아보러 다니는 게 전부다. 주식을 사더라도 6개월 이상은 묻어둔다

간혹 회사생활보다는 재테크에 몰두해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이런 성공을 거두더라도 회사에서 업무태만에 따른 승진누락을 당했을 경우 기회비용을 따져보면 경제적·비경제적인 손실이 크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코칭하는 전문가들도 직장인의 경우 주업은 회사생활이고, 재테크는 부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 업무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외부에서 개최하는 재테크 강연회에 참석한들 얼마나 강의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주말이나 업무외 시간을 활용해서 강의를 듣거나 발품정보를 파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래서 K본부장은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부머들에게 “최고의 재테크는 우선 현재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건강을 다지고, 착실히 저축을 불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어떻게 보면 뻔한 소리 같다. 하지만 ‘인생에 왕도가 없다’는 진리를 적용해보면 평범 속의 진리다. 은퇴 전문가들도 은퇴 조바심이 생겨 이것저것 투자하려다 퇴직금만 날리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점에 가면 하루에도 수십권씩 재테크 서적이 쏟아져 나온다. 이 중에는 투자자를 위한 양질의 책도 많지만, 책을 팔기 위해 급조한 불량 서적도 있다. 심지어 재테크나 투자관련 서적을 내면 저자와 출판사는 돈을 벌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속빈강정’이 된다는 말까지 있다. 이런 불량 서적의 경우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반 직장인이 실천하기에는 비현실적인 조언이 많다.

재테크에 무관심해서도 안 되지만, 재테크가 전부는 아니다. 직테크와 재테크의 조화가 필요하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