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평균 50만원 적금 부어 17년 만에 2억
강원 원주에서 만둣국집을 운영하는 김선년 씨(54)는 시장 상인들 사이에서 ‘저축의 달인’으로 통한다. 하루 20만원 안팎의 수입을 매일같이 은행에 들러 통장에 꼬박꼬박 부었다. 지출비를 제외한 월 저축액은 250만원 정도였다. 통장 하나가 3000만원에 이르면 다른 통장에 또 붓기를 거듭해 통장 수가 벌써 35개에 달한다. 그의 가족이 이런 식으로 지난 18년간 모은 돈은 10억원에 이른다.

재테크의 기본은 예·적금이다. 누구나 돈을 쓸 곳은 많다. 식비, 통신비, 차량유지비, 아이들 교육비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친구나 직장동료들과 가끔 술이라도 한잔 하며 기분 내다보면 제대로 저금하기가 어렵다.

최근에는 저금리 기조 때문에 은행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예·적금에 흥미를 갖지 않고 일단 적립식 펀드 등 ‘투자’부터 나서는 직장 초년병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예·적금의 중요성을 허투루 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돈을 쓰지 않고 모은다’는 습관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예·적금 금리가 당장은 낮아보여도 ‘복리의 마술’이 기다리고 있다.

○이자에 이자 붙는 복리의 힘

대전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 근무하는 이성수 씨(48·가명)는 은행원답게 복리 효과를 적극 이용했다. 1996년 입사 이래 꾸준히 3년 단위로 적금을 붓고 이 금액을 다시 예금으로 돌려놓는 일을 반복했다. 입사했을 무렵엔 월 30만원씩을 넣었고 1999년부터는 월 50만원으로 늘렸다. 한동안 아이들 교육비와 아파트 대출금 상환 때문에 50만원으로 적금액을 고정해 놨던 그는 다소 여유가 생긴 2005년부터 월 불입액을 70만원으로 다시 높였다.

이런 식으로 그가 지금껏 모은 돈은 원금 기준으로 1억840만원 수준이다. 쓸 것 안 쓰고 17년가량 모은 돈이라기에는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적금으로 모은 원금·이자를 다시 3년단위 정기예금으로 재예치하기를 반복한 결과 현재 그의 통장에 찍힌 금액은 1억8060만원에 이른다. 내년 말까지 70만원씩 적금 붓기를 지속하고 3년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찾으면 총 금액은 2억56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원금의 두 배 가까이 불어나는 셈이다.

이씨는 “2000년대 초반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적금을 해지하고 주식투자에 나섰을 때 꾹 참고 예·적금에 꾸준히 넣었더니 어느 새 큰 돈이 됐다”며 “지금 있는 집 한 채와 그간 모은 예금을 잘 관리해 노후 대비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복리 적금 상품 가입 추천

복리의 마술을 톡톡히 누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일찍’ 재테크를 시작하는 것이다.

우기호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이라도 예·적금 습관을 들이고, 직장생활을 시작했다면 전체 월급의 50%가량을 뚝 떼어 적금으로 쌓아 나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시중은행의 월 복리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월복리 상품은 통상 1~3년 단위인 예금과 달리 매달 붙은 이자에 다음달 이자율을 곱하는 식으로 계산한다. 1년 단위 일반 정기예금과 월복리 정기예금을 비교하면 월복리 상품 쪽이 0.2%포인트 정도 금리 상승 효과가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센터 PB팀장은 “월복리 상품은 일반 정기 예·적금보다 이율이 높고 납입 한도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복리 효과를 극대화해 재테크 초보자용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