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쟁점…대기업 어떻게 볼 것인가] 재벌빵집 떠나면 동네빵집 좋아질까
대기업들은 올 들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 등 ‘서민형 사업’에서 줄줄이 손을 떼기로 했다. 오너 일가 2~3세들이 빵집이나 커피전문점 등으로 손쉽게 돈을 벌면서 골목상권과 서민 생계를 위협한다는 논리에 손을 들었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서둘러 수습했다.

한편에서는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동네 상권이 무너지는 데 대기업의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자영업자 간 과당 경쟁이 진짜 이유라는 견해다.

대표적인 게 빵집이다. 이른바 ‘재벌 빵집’으로 부를 수 있는 제과점은 작년 2월 기준으로 전국에 717개로 전체 빵집의 6.1%에 불과하다. 일반 프랜차이즈와 개인이 운영하는 제과점 비중은 각각 43.6%와 50.3%에 이른다. 일반 빵집을 중심으로 전국에 1만2000개나 되는 제과점들이 좁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또 ‘재벌 빵집’과 일반 제과점의 주요 고객층은 다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빵집은 호텔이나 임대료가 비싼 상권에 있다. 빵값도 일반 프랜차이즈 제과점보다 10~20% 비싸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재벌 빵집과 동네 빵집의 시장은 엄연히 구분돼 있어 서로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재벌 빵집과 동네 빵집을 대체재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일반 프랜차이즈 빵집도 대부분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가맹점 형태여서 개인 소유 제과점과 큰 차이가 없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그룹의 뚜레쥬르 제과점 중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 비중은 1.5% 정도다.

삼성과 롯데 등 대기업이 철수하면 동네 빵집 매출이 늘어날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되레 외국 제과 브랜드의 국내 진출을 돕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가 소유한 시즈캔디스는 올초 인천 송도에 처음 점포를 낸 데 이어 이달 중 강남점도 개장할 예정이다. 미국계 베이커리 카페인 오봉팽도 국내에 9개 점포를 갖고 있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는 “국내 제과업체도 네슬레처럼 세계적인 회사가 될 수 있는데 ‘국민 정서법’을 내세워 그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