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만 해도 강남은 서울의 변두리에 불과했다. 압구정동이나 테헤란로, 강남역 일대 정도를 빼면 고층 건물을 보기도 쉽지 않았다. 강남대로와 도곡로가 만나는 사거리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푸르덴셜빌딩을 비롯해 ‘고층 건물의 숲’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4층짜리 뱅뱅 어패럴 본사가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일대를 ‘뱅뱅 사거리’로 불렀고, 1990년대 들어 민간 기업 브랜드로는 드물게 이 사거리를 가리키는 공식 지명이 됐다. 하지만 도로명과 달리 뱅뱅 어패럴 본사 건물은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는 없었다. 워낙 건물이 작은 데다 사거리의 코너는 바로 옆 대신증권 빌딩(사진)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권종열 뱅뱅어패럴 회장이 대신증권 빌딩에 눈독을 들이게 된 이유다. 뱅뱅어패럴은 지난 1월 대신증권 빌딩을 650억원에 매입했다고 29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대신증권 빌딩 소유주와 올초 인수계약을 맺었다”며 “매입 직후 대신증권 빌딩 1층에 뱅뱅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어 최근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빌딩에 새로 낸 매장은 594㎡(180평) 규모로, 현재 뱅뱅 본사 1층에 있는 매장보다 2배가량 크다. 뱅뱅은 두 매장 사이에 통로를 낼 계획이다. 다만 기존 건물 소유주가 대신증권 측에 임대해준 사무실과 옥외 광고탑은 계약이 끝날 때까지 지금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뱅뱅은 뱅뱅 본사와 대신증권 빌딩 및 뱅뱅 본사 뒤편에 있는 동문빌딩 등 3개 건물을 헐어 30~40층짜리 ‘뱅뱅 타워’로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뱅뱅은 “이 일대를 뱅뱅타운으로 만들고 싶다”는 권 회장의 뜻에 따라 2010년 동문빌딩을 인수했다.

1980년대 최고의 청바지 브랜드였던 뱅뱅은 1990년대 들어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로 거듭나 지난해 2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