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MROㆍ빵집까지 '속전속결' 철수한 까닭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이끄는 호텔신라가 제과·커피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재벌 기업이 커피숍과 빵집 등 무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다.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나 신세계 보다 삼성그룹은 한 발 앞서 결단을 내렸다.

호텔신라는 26일 보도자료에서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참여와 관련한 사회적 여론에 부응하고, 사회와의 상생경영을 적극 실천한다는 취지에서 '아티제'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대기업의 제과, 외식업 등 영세 자영업종 진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아티제 역시 사회적 논란이 있어 과감히 철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호텔신라는 2004년 '유럽형 라이프스타일 카페' 아티제를 오픈했고 2010년부터는 자회사 보나비가 운영해왔다.

호텔신라를 비롯한 재벌기업의 확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최근 뿐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경주 최 부자의 예를 들면서 상생을 강조한 다음 날 내려진 결정은 '속전속결'에 가깝다. 호텔신라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은 그동안 삼성이 보여준 행보와도 일치한다.

삼성은 지난해 8월 계열사들이 보유하던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10년 간 지속해오던 소모성 자재구매 대행(MRO) 사업에서 손을 뗐다. 대기업의 MRO 사업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ㆍ상생협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신속하게 사업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최근에는 LG와의 담합이 적발되고 공정위가 직접 소비자 소송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그룹 수뇌부가 나서 담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5일 김순택 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은 "담합은 명백한 해사 행위"라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계열사 사장단에게 주문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담합을 부정과 똑같은 행위로 간주해 무관용으로 처벌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삼성의 이같은 결정은 이건희 회장이 신년 하례식에서 "삼성은 국민기업"이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방침과도 궤를 같이 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의 이 같은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한편, 일벌백계의 대상으로 삼성이 지목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실제 MRO 사업을 매각하거나 전환한 대기업은 삼성 뿐이었고, 호텔신라의 철수 발표에도 롯데나 신세계는 별다른 움직임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나 신세계에 비해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을 해외 진출을 활발히 하는 중이다보니 철수 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상장회사임에도 아이마켓코리아나 호텔신라 모두 고용승계나 지분 등의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분매각이나 사업철수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하나ㆍ권민경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