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00대 기업을 한국에 상장시켜 금융허브로 성장하겠다는 한국거래소의 포부가 물거품이 되고 있다.

작년 한국거래소에는 2곳의 국외기업이 상장됐지만, 2곳이 상장 폐지됐다.

상장된 기업도 글로벌 100대 기업에 들기는커녕 소형업체에 그쳤다.

◇국내 상장 외국기업 1%에도 미달

5일 한국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1천822개 가운데 외국 기업은 17개(0.93%)로 1%에도 못 미친다.

외국 기업의 비율(작년 11월말 현재)이 싱가포르(40.10%)에 크게 못 미치며 대만(5.76%)과 홍콩(1.56%)에도 뒤진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17개 외국 기업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5개,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12개다.

중국 기업이 15개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2개 기업의 국적은 각각 미국과 라오스다.

외국 기업의 규모도 대체로 작다.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인 중국원양자원도 4천24억원 규모로 유가증권시장에서 208위에 불과하다.

거래소가 외국 우량기업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이들의 유치가 국내 금융시장을 발전시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외국 우량기업이 상장되면 증시로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돼 시장 규모가 커진다.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촉진되면서 증시가 세계 금융 허브로 성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증시도 세계 시장의 조류를 반영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들 선택의 폭도 당연히 넓어진다.

거래소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의 수가 적고 규모도 미미한 것은 국내 증시가 외국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에서 국내 증시의 인지도가 워낙 낮다.

그래서 홍보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6~7개 외국기업 상장 목표"

한국거래소는 올해 6~7개 외국기업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상장심사결과 승인을 받은 업체는 일본금융상품중개업체인 SBI모기지, 중국 제지업체인 차이나그린페이퍼다.

호주 의류업체인 패스트퓨쳐브랜즈(Fast Future Brands)와 중국 재활용업체인 키셍인터내셔널리소시스(Qisheng Int'l Resources), 일본 인터넷결제서비스업체인 악세스홀딩스(AXES Holdings)는 사전협의 단계에 있다.

이 밖에 미국 신용카드 회사인 UMS홀딩스와, 중국 기계업체인 중국건재기계도 상장을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작년 고섬사태 이후 고전하면서 소형업체나 한상기업(한국인이 운영하는 외국사)을 등한히 하고 글로 기업 유치에 치중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6~7개 외국기업을 상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소의 목표가 달성될지는 미지수다.

한국거래소는 2010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100대 기업 상장 유치를 주요사업으로 선정해 추진중이지만 1개 기업도 성공하지 못했다.

작년에는 중국고섬과 완리 등 2곳이 상장했지만, 중국고섬은 상장 10개월만에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당해 상장폐지 직전이다.

중국고섬 외에도 작년 말 네프로아이티와 코웨이홀딩스가 상장폐지됐다.

상장을 계획했던 기업들의 계획 철회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 상장을 위해 국내 증권사와 대표 주관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작년 5월말 75개사에서 65개사로 급감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고섬사태 여파로 심사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심사가 아니라 거의 감사수준이었다"고 말했다.

◇ 거래소 상장유치 부진 이유는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거래소의 외국기업 유치가 부진한 이유로 한국 시장이 특별한 이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게다가 외국기업이 국내증시로 들어오면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게 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인형 자본시장실장은 "기업공개(IPO)를 촉진하려면 가치평가를 높게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 증시는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의 국외IPO 담당자는 "해외기업에 한국 상장을 설득할 때 내세울 이점이 없다.

절차나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점이나 외국기업이라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하는데, 공모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되니 설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국외 IPO 담당자는 "중국기업이 상하이나 심천보다는 한국에서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 주목받기 때문에 한 때 러시를 이뤘다.

지금은 가격 이점도 없고 절차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는 "국외기업 유치를 늘리려면 한국 시장이 좋아지던가, 국외기업들을 위한 별도의 시장을 프리보드 형태로 개설해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 이 율 이영재 기자 jaehong@yna.co.kryulsid@yna.co.kr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