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내부 직원이 80만여건의 고객 정보를 유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회사 측은 아직도 피해 고객들에게 구체적인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있다. 삼성카드 회원 10명 가운데 1명은 고객 정보가 유출됐지만,구체적인 피해사실 및 고객에 대해 아직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해킹으로 고객 정보가 대량 유출된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이 해킹 사실을 인지한 뒤 이틀 만에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고객들에게 사과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정 사장은 모든 직원을 비상 근무시키며 고객 한 명,한 명에게 전화 및 이메일로 피해 사실을 알렸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30일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을 포함한 카드 · 캐피털사 최고경영자(CEO) 10여명과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권 원장은 이 자리에서 "고객정보를 보호하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 보안 인력 · 예산 지원 등에 대한 CEO의 관심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보다 나흘 전인 8월26일,최 사장은 회사 내부 직원이 고객정보 80만여건을 유출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지만,이날 간담회에선 이런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삼성카드는 사고를 인지한 뒤 열흘을 넘겨 언론에 보도가 된 뒤인 지난달 6일에서야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여기에서도 최 사장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최 사장은 이후 내부 보안시스템 정비로 재발 방지를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정작 피해를 입은 고객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카드는 해당 직원을 지난달 말 내보냈지만 그동안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조차 주민등록번호 앞 두 자리,직장명,전화번호,이름 등이 유출된 만큼 삼성카드가 충분히 피해 고객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카드 측은 이번 고객정보 유출이 최 사장이 지난해 12월 CEO로 임명된 후보안 점검을 강화하면서 밝혀진 것이라고 해명한다. 업계에선 그러나 '삼성카드가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00만명이 넘는 고객을 가진 삼성카드조차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금융계 전체에 매우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