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들이 치즈 생산…제조공정 공개로 신뢰구축
국내에선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 고용형 사회적 기업이 대다수지만 해외에선 환자들의 재활 치료와 자립,수익 창출 등이 함께 이뤄지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페인 낙농기업인 '라 파제다(La Fageda)'는 정신질환 환자들을 고용해 스페인 유제품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는 등 사회적 기업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라 파제다의 창업주 크리스토발 콜론 박사는 대학 시절 자신이 전공한 정신의학을 바탕으로 정신질환 치료에 관한 연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어떤 일에 몰두할 때 치료효과가 크다는 점을 발견하고 정신질환 환자들이 낙농목장을 운영하는 '라 파제다'를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콜론 박사가 낙농업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낙농업이 제조업 등 다른 업종보다 공정이 간단해 환자들이 쉽게 업무를 익힐 수 있다는 점과 유제품은 가격변화로 수요량이 크게 바뀌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콜론 박사의 기대와는 달리 주변사람들은 라 파제다의 실패를 점쳤다. 정신질환자가 만든 우유를 누가 사먹겠냐는 이유에서였다.

라 파제다는 이런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과 소비자 간 신뢰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치즈,요거트,우유 등 각 상품군마다 제품을 생산하는 직원들의 얼굴을 회사 홈페이지에 게재해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목장을 직접 방문할 수 있는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젖소에게 원유를 얻는 모습부터 제품의 소독,포장까지 제조공정 전 과정을 공개해 소비자와 기업 간 벽을 허물었다.

'이윤 추구를 위한 사업활동을 하되 이윤 극대화는 추구하지 않는다'는 회사 방침을 지키기 위해 일정 수익을 회사 직원들에게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정신질환자들이 치즈 생산…제조공정 공개로 신뢰구축
정신질환 전문가들이 수시로 직원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개별 재활 프로그램(PIR)을 통해 직원들의 치료에 앞장서고 있으며,직원 가족에게 치료 경과를 주기적으로 알리는 등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다.

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