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어윤대 6억원, 금호석유 박찬구 5억원 등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전후해 주가가 급락하자 대다수 투자자가 공포와 충격에 떨었으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달랐다.

주가가 날개 없는 추락을 반복했음에도 이들은 자사주를 대거 사들이는 용기를 발휘했다.

개인과 기관, 외국인이 주가 하락세에 질겁해 투매에 나섰을 때 CEO들은 자사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나머지 과감한 매수에 나선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 장래성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알린다는 의미도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자사주 취득 사례는 금융권에서 눈에 띄게 많았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지난 4일과 5일, 10일 세 차례에 걸쳐 자사주 1만2천560주를 사들였다.

매수가격은 4일 5만600원, 5일 4만9천250원, 10일 4만4천100원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졌다.

총 매입금액은 5억9천만원이었다.

코스피가 하락장으로 진입하기 전인 1일 종가 기준으로 같은 물량을 샀다면 6억5천94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은 5일, 8일 두 차례에 걸쳐 3천주를 사들였다.

액수로는 3천870만원에 이른다.

신한금융의 한동우 회장과 최범수 부사장은 10일 각각 자사주 2천주를 추가 매수했다.

NH투자증권 정회동 대표이사는 9일 2만900주를,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은 8~9일 2만6천540주를 사들였다.

일반 상장사에서도 자사주 매입이 잇따랐다.

현대위아 임흥수 대표이사는 지난 9일 6천주를 6억9천만원에 매수했고 호텔신라 최창현 상무는 3일과 5일 1천880주를 샀다.

금호석유 박찬구 대표이사는 8일 2천488주를 주당 20만107원에 사들였다.

매수금액은 5억원에 이른다.

지난 9일 금융당국이 자기주식 매수 주문 수량 한도를 3개월간 완화하겠다고 밝히자 회사 단위의 자사주 매입도 쏟아졌다.

광동제약은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100만주를 11일부터 11월10일까지 취득할 예정이다.

NHN도 자사주 47만1천277주를 매수하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장법인 임원과 주요주주는 단기매매로 차익을 거둘 경우 그 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

매수 후 6개월 이내에 매도, 또는 매도 후 6개월 이내 매수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면 회사에 돌려줘야 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어 회장은 주가가 싸다고 판단할 때마다 자사주를 조금씩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총 11차례에 걸쳐 주식을 3만주 넘게 샀다.

회사 미래에 대한 확신이자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회사 주가를 떠받치려고 하락장에 들어가는 것은 차익 실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책임 있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