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양대 국제금융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부총재 자리를 각각 꿰찼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중국의 글로벌 위상과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IMF는 추가로 신설한 부총재직에 주민(朱民) 전 총재 특별고문(59 · 사진)을 임명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주 부총재는 중국인으로서 IMF 내 최고위직에 올랐다. 세계은행에서는 2008년 8월부터 같은 중국인인 린이푸 부총재가 활동하고 있다.

주 부총재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세계은행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중국은 중국은행 부행장이던 그를 2년 전 인민은행 부총재로 승진시켰다. 이어 성폭행 혐의로 최근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의 특별고문으로 그를 IMF에 진입시켰다. IMF 부총재감으로 키우기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포석이었다.

주 부총재도 지난 4월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를 통해 IMF 내에 신흥국 출신의 고위직 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IMF와 세계은행 총재 자리는 유럽과 미국인이 각각 독식해왔다. 스트로스칸 총재 후임으로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IMF 총재로 선출되면서 양분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라가르드 신임 총재는 이런 지배구조에 불만을 제기한 신흥국가들을 달래는 차원에서 주 부총재를 임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IMF 총재 후보 경쟁에서 라가르드를 막판에 공개 지지한 중국이 최대한 실리를 챙긴 것이다.

IMF 부총재 자리는 지금까지 3개였다. 이 가운데 수석 부총재 자리는 관례대로 미국이 차지했다. 다음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존 립스키 수석 부총재 후임에도 데이비드 립턴 백악관 국제경제 보좌관이 이날 임명됐다. 재무차관을 지낸 그는 외환위기 때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면접하고 난 뒤에야 미국이 한국을 지원토록 유도한 막후 조정자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두 명의 부총재직은 일본과 남미,아프리카 출신 인사들로 채워져왔다. 현재는 시노하라 나오유키 전 일본 재무차관과 이집트 출신인 나마트 샤피크가 맡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여기에 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 주 부총재를 임명한 것이다. 중국 출신이 IMF 부총재직에 기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MF 쿼터(지분) 개혁에 따라 앞으로 중국의 위상이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로 급부상하는 점도 반영됐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