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EU FTA가 발효되는 다음달 1일부터 영국 법률회사 등 유럽계 로펌에 1단계 개방되는 한국 법률시장.27일 현재까지는 법무부에 신청서(외국법자문사 자격 승인)를 제출한 영국 로펌이 없다. 하지만 '물밑 작업'은 치열하다는 게 법조계의 얘기다.

김기준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해외 로펌들의 문의가 상당해 절차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영미계 로펌 관계자들은 국내 기업을 직접 찾아와 향후 국내 활동계획 등을 안내하는 고객 유치 활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영국 로펌들이 최근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회사 CEO들에게 한국 내에서 법적 자문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한국 기업에는 국제중재 등 외국법 관련 업무 수임에 대해 홍보한 것으로 안다"며 "외국 변호사가 외국법에 대해 자문할 수 있는 1단계 개방 수준을 넘어 국내 업무까지 본격적으로 손을 대겠다는 기세"라고 우려했다.

일부 영국계 로펌은 국내에 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 세계 3위인 클리퍼드 찬스(2009년 기준 매출 약 24억달러)는 서울 사무실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DLA파이퍼도 올해 안에 서울 사무실 개소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 기업 인수 · 합병(M&A) 자문에서 두각을 보였던 영국 로펌 앨런&오버리와 링클레이터스 등도 한국 진출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한 · 미 FTA는 양국 의회에서 비준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미국 로펌들도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클리어리 가틀립과 폴 해스팅스는 비준 후에는 홍콩사무소 소속 한국계 변호사 일부를 국내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로펌들은 2조원대 국내 법률시장을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인력 유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LA파이퍼와 클리퍼드 찬스 등 영국 로펌들이 국내 대형 로펌 소속 한국인 변호사들을 영입하는 등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법률시장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1단계(2011년 7월~2013년)에서 외국법 자문 및 외국 로펌의 국내 분사무소 개설이 허용되고,2단계(2013~2016년)에서는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공동 사건 수임 및 수익 분배가 가능해지며,3단계(2016년~)부터는 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