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개방 초읽기에 들어간 국내 법률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 후 당장 클리퍼드 챈스,앨런 앤 오버리 등 5개 대형 영국 로펌들이 한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법률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 다른 해외의 법률전문가 시각도 있다. 얀 폴슨 국제상사중재협회 회장(62 · 사진)도 그런 전문가에 속한다. 박은영 김&장 국제중재전문변호사(46 · 런던 국제중재법원 평의원)와 최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한국이 자신감 없어 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폴슨 회장은 스웨덴 출신이지만 여러 국가의 법률시장 개방 현장을 목격하셨죠.영국계 대형 로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소속인 당신은 시장개방을 앞둔 우리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습니까.

"프랑스는 1970년대 중반만 해도 법률시장 개방에 부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죠.지금 프레시필즈 파리 사무소만 해도 소속 변호사 30여명 중 90% 이상이 자국인입니다. 프랑스 법률시장도 커졌습니다. 한국도 시장 확장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제 조국 스웨덴도 법률시장을 개방했는데,(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외국 변호사들이 맥을 추지 못했습니다. "

▼국제중재(소송 대신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전문 중재인의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와 같이 수임료가 높고 대기업들의 수요가 큰 분야에서 국내 로펌과 해외 대형 로펌의 격전이 예상됩니다. 한국 로펌에 승산이 있을까요.

"매우 긍정적입니다. 이미 법률시장은 국제화했고 앞으로는 아시아와 같은 신대륙에서 활성화될 게 분명합니다. 기업들의 활동도 활발하고요. 제가 처음으로 방한했던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영어에 능통한 한국 변호사는 드물어 '변론 등 법적 절차를 영어로 진행할 수 있을까' 우려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 변호사들은 지금 세계 법률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한국의 성공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죠."

▼5년 후 한국 시장이 전면개방됩니다. 국제중재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프레시필즈에서 한국이 무엇을 벤치마킹할 수 있습니까.

"미래 시장 변화를 예상하고 전문인력을 키운 게 비결입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국제중재 분야에 집중하자고 결정했죠.이 분야만 전담하는 전문변호사가 우리 로펌에만 100명이 넘습니다. 특정 분야에 100% 집중하는 인력을 육성해야 성공합니다. "

▼관건은 결국 인재라고 봅니까.

"한국의 변호사인 박 변호사도 당사자들이 모두 외국인인 국제중재사건의 중재인을 맡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외국 당사자들의 일에 관여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변호사들도 인정받아야 합니다. 저는 한국의 유능하고 젊은 변호사들이 나이가 들면 세계 법조계에서 존경받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국에 닫혀 있는 문은 없습니다. "

☞ 얀 폴슨은

스웨덴 출생.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로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현재 영국 로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의 국제중재 파트장이며 2010년부터 국제상사중재협회장을 맡고 있는 국제중재 전문가다.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미국 마이애미대 법학교수,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세계은행 행정재판소장이기도 하다.

인터뷰=박은영 변호사 / 정리=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